많은 사람이 유튜브를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내가 유튜브를 보는 이유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보다 빠르게 소식을 접할 수 있고, 생각지도 못한 좋은 정보를 생생한 현장 영상과 함께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튜브에서 흔히 ‘짤’이라고 하는 짧은 동영상을 봤다. 가수 션과 배우 정혜영의 첫 만남에 관한 이야기이다.
션과 정혜영은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으로 당시 연예기획사 대표였던 양현석의 생일파티에 참석했다가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그 자리에서 션은 정혜영에게 반했다. 그곳에서 션은 다음번에 만나도 지금처럼 설렌다면, 이 여자와 반드시 결혼하겠다고 결심한다. 그 후 션의 적극적이고 감동적인 대시로 결혼까지 했다는 이야기다. 션과 정혜영은 현재 슬하에 4남매를 두고 잘살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내가 눈여겨본 것은 좋아하는 상대를 변화시키는 노하우가 아니다. 션이 보여준 의사결정 태도이다. 션은 정혜영을 처음 만났을 때 첫눈에 반했다. 하지만 션은 그때의 감정대로 이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바로 마음먹지 않았고,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 지금처럼 설렌다면 결혼하겠다는 결정을 했다. 폭풍 같은 감정이 일어났지만, 이성을 활용하는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가동했다.
비합리적 동물로 불리는 인간은 감정에 이끌려 그 즉시 결정할 때가 많다. 그러다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를 저지르거나, 땅을 치며 후회하기 일쑤다. 물론 갑자기 생기는 감정을 잘 활용하는 것은 더 좋은 결과를 만드는 데 결정적 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감정대로 행동하는 것과 감정을 이용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글을 쓸 때 불을 켜듯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빈 종이에 빠르게 쓰는 것은 감정을 표현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나중에 보면, 글의 두서가 없고 불완전하기 짝이 없다. 다만 새로운 생각이어서 글의 재료로는 가치가 있어 보인다. 그러면 그것을 바탕으로 전체적인 글의 구조(무슨 얘길 하려나-그랬구나-그런 것은 몰랐네-그렇게 하면 되겠구나-좋아요 누르고 싶다)를 만들고, 내용을 추가하면서 정리한다. 그렇게 시간을 쓰면 가치가 있는 내용이 되고, 그럭저럭 괜찮은 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