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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길동 Jul 03. 2022

노인과 휴식 공간


2016년 8월이었다. 문제가 생긴 휴대폰을 수리하러 S전자 서비스센터에 갔다. 문제 해결을 원하는 사람과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 만나는 곳 치고는  조용하고 깨끗했고 휴게 공간도 꽤 넓었다. 고객 서비스 센터로서도 훌륭했지만 더위를 피하는 여름 휴식처로도 제법 괜찮아 보였다. 전에는 여름철 피서지로 은행이 좋은 장소였지만, 지금은 청원 경찰이 다가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친절하게 접근하는 통에 여의치 않다.


거기에 비해 서비스센터는 친절함이 넘쳐나고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공짜 커피나 차를 마실 수도 있고, 편안한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붙일 수도 있다. 심지어 넓은 탁자를 이용해 간단한 작업도 가능하다.(이 글도 탁자에서 쓰고 있다.) PC를 사용하여 간단한 업무나 인터넷 검색도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PC가 있는 자리는 꽉 차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전원이 노인이고, 언뜻 보기에 서비스센터에 볼 일을 보러 온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노인 입장에서 보면 더위를 피해 시간을 보내기에 적절한 장소이다.


2016년 8월 S 서비스센터 휴게 공간


3년 후 여름에  나는 다시 같은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문제를 들고 오는 고객들을 친절히 대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접수 시스템이 바뀌었다.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마찬가지로 자기 정보를 스스로 입력하여  접수하는 전산 시스템이 있었다. 과거 친절히 상담해 주던 접수 직원들은 시스템 사용을 돕는 역할을 했다. 다만 인원이 줄어 있었고, 언젠가 그 모습도 사라질 것이다.


또 한 가지 달라진 것은 3년 전에 비해 PC 사용에 여유가 있었다. 3년 전에는 PC를 사용하고 싶어도 빈자리가 없었는데,  어떻게 된 것일까? 이유는  의자가 없어진 것이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서서 PC를 사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서비스센터 입장에서는  PC를 점유한 노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겠지만, 한편으로 씁쓸한 마음이 든다. 그때의 노인들은 어디로 갔을까? 최근 뉴스로는 더위를 피하려는 노인들이 인천 공항에 많다는 소식이다.



수리가 필요한 휴대폰 문제는 일찌감치 해결한 후에  휴게 공간에서 한참 동안 작업을 했다. 나 혼자 생각이지만 어디선가의 눈총이 느껴진다. 나도  그만 일어서야겠다. - 2019년 8월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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