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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길동 Jun 25. 2022

엄마와 625


엄마는 기억력이 저하된 후에 주간보호센터에 다니신다.

아침 일찍 오는 차를 타려면 이른 시간에 아침을 드시고, 세면을 하고, 옷을 갈아입으셔야 한다. 그런 후에 시간이 남으면 잠시 눈을 붙이신다. 그런 중 주간보호센터에서 운영하는 차량의 기사 분로부터 잠시 후 도착할 것이라는 연락 온다.


화급한 목소리로 엄마를 깨운다.

"엄마, 올 것이 오고 말았어요."


엄마는 감고 있던 눈을 동그랗게 뜨신다.

"뭐가 왔어?"


"엄마 모시러 차가 왔어요."

익숙한 얘기에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신다.


"오늘은 6월 25일이에요."


"625 구나!"

오래전 그때를 연상하는 듯하다.


나는 바로 치고 들어간다.

"엄마 625 기념 행사장에 가실래요?, 학교에 가실래요?"


"나는 학교에 갈 거다."


거의 매일, 오늘은 집에서 쉬겠다는 엄마를  챙겨 보내는 것은 한바탕의 아침 일상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물었다.

"엄마. 왜 625 기념 행사장에 안 가세요?"


"625 전쟁은 생각만 해도 싫다."

절래 고개를 흔드신다.


그렇게 72년 전에 발발한 전쟁의 아픔. 무서움, 고생스러움은 아직 힘들게 남아 있으신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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