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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길동 Dec 11. 2022

양산 쓰는 남자

내 안에 아내 있다 15


(2020년  여름) 토요일 아침이다. 아침부터 강한 햇볕이 뜨거운 하루를 예고한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며 집 가까운 곳에 있는 사우나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가, 뜨거운 태양 아래로 걷는 게 귀찮다는 생각에 가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양산 쓰고 가면 되지!"

아내가 말했다.


"남자가 어떻게 양산을 쓰고 다녀?"  

나의 무의식이 튀어나왔다.


"뭐, 어때? 얼굴 타는 것보다 낫지!"

소심한 나를 변화시키는 사람은 늘 아내다.


지금이야 와이셔츠를 입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내가 신입사원 때 남자 직원은 정장을 입고 흰색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맸다. 그때 나는 아내 덕분에 하늘색, 노란색, 핑크색 셔츠를 입고 출근했다. 사실은 어떻게 색 있는 셔츠를 입냐고 한참을 저항하다가 백기를 든 것이다. 딱이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 당시로는 파격이었다. 옷걸이가 빈약한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패선 리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번엔 스스로 변하기 위해 양산 쓰는 남자가 되기로 했다. 막상  마땅한 양산이 없어 언젠가  편의점에서 산 카카오 캐릭터가 있는 밝은 파란색 우산을 쓰고 집을 나섰다. 까짓것 하는 마음으로 걸었지만 사람들이 보이면 연예인이 모자를 눌러쓰듯 우산 앞쪽을 기울였다. 태양을 피해 사우나에 갔다 오는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할 때와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하는 것은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지혜다.


뭐 어때, I don't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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