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과장은 주위 사람의 신뢰를 바탕으로 더욱 높은 성과를 올리며, 조직과 고객 모두에게 크게 공헌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과장이 된 지 다시 3년 만에 차장으로 승진하고, 신도시 광교지점의 지점장으로 발령받았다.
많은 사람에게 승진을 축하받았지만, 기쁨은 잠깐이었고 새롭게 시작하는 지점장 임무를 잘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걱정으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특히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공식 리더의 역할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그간 수 차례 리더십 교육을 받았지만, 막상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해야 할지 막막했다. 급한 마음에 인터넷에서 새로운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검색해 보고, 대형 서점에 나가 리더십 관련 도서를 찾아보았지만, 이거다 싶은 내용이 없었다. 오히려 큰 숲에서 길을 잃은 느낌에 막막함이 더해갔다.
그때 문득 멘토 역할을 해주신 차하준 상무님이 생각났다. 그분이라면 충분한 도움을 주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바로 연락을 드렸다. 지금은 회사에서 은퇴했고, 시간 여유가 있다고 하여 바로 다음 날로 약속을 잡았다.
홍 차장은 그간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냥 상무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편안대로 하게.”
“새로 지점장이 되고 나니,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도 처음 지점장이 되었을 때, 고민을 많이 했지. 잘 해내고 싶은 자네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네.”
잠시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짓던 차 상무는 말을 이어갔다.
“자네는 훌륭한 리더의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카리스마가 아닐까요? 사실 제가 그 점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그렇게 생각하지. 하지만 리더십은 카리스마가 아니야. 역사적으로 히틀러를 비롯하여 카리스마가 넘쳤던 리더들은 많이 있었지. 하지만 훌륭한 리더가 아닌 경우가 많았어. 반면에 카리스마가 전혀 없었던 리더들 가운데 훌륭한 리더가 매우 많았어. 처칠, 링컨 등은 카리스마와는 무관했지만, 지금까지 만인에게 존경받는 리더로 남아 있지 않은가. 결론적으로 카리스마는 그 자체로 리더의 목표 달성 능력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야.”
“자네는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이 있다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모든 면에서 뛰어난 자질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리더십은 자질과 관계없어. 흔히 리더 하면 영웅적인 모습을 떠올리지만, 그 이유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리더들 때문일 것이야. 실제 리더의 모습은 단지 해야 할 일을 하는 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모습이지. 리더십의 본질은 자질과 성격이 아니라, 오직 성과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지. 성과를 올리면 리더십이 있는 것이고, 성과를 올리지 못하면 리더십이 없는 것이지. 2002년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을 맡았던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이야. 만일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16강에 오르지 못했다면 누구도 그의 리더십을 평가하지 않았을 것이야.”
차 상무는 이전보다 조금 더 긴 뜸을 들이다, 이야기를 마저 이어나갔다.
“리더십은 수단일 뿐이야. 자네는 리더십이 무엇을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나?”
예상치 못한 질문에 홍 차장은 대답하지 못했다.
“리더십은 목적일 수 없고, 단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야. 그럼에도 많은 경우 리더십 그 자체에 목적과 의미를 두고 있지. 막연하게 ‘저 사람은 리더십이 있어.’라고 해서는 안 돼. ‘그 사람은 축구 감독으로서 리더십이 있어.’라고 해야 해. 한마디로 목표 없는 리더십은 속이 없는 만두라고 할 수 있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