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타는 승용차는 구매한 지 9년이 됐고, 17만 Km가 넘었다. 제법 오래되서인지 고장이 잦아지고 그때마다 수리 비용이 크게 발생한다. 그렇지 않아도 자동차 관련하여 신경 쓸 일이 많은데, 믿고 다니던 자동차 정비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일을 겪다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 과정에서 우연히 알게 된 지인으로부터 소개를 받아 앞으로 다닐 수 있는 자동차정비소를 정하게 됐다. 정비소 대표는 내 차를 관찰하고 나서 그간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나름 열심히 자동차정비소를 들락인 나로서는 억울한 마음이 치밀어 올랐다.
당장 경고등이 들어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품을 구매한 후 수리하기로 했다. 이틀 후 부품이 준비됐다는 연락을 받고 우선하여 시간을 내서 자동차정비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가 안 됐다. 그때부터 시작한 수리 작업은 오후 4시가 됐을 때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언제 끝날 것인지를 물어보았다.
“대표님, 작업이 언제 끝나나요?”
“보시다시피. 저희는 제대로 작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대표는 정작 작업 종료 예상 시간은 말하지 않았다. 나의 질문 의도는 시간에 대한 정보였다. 그래야 이후 일정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다. 아마도 대표는 나의 질문을 오래 걸리는 작업 시간에 대한 항의로 받아들이고 그에 대한 답을 한 것 같다.
왜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은 걸까?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 나의 질문 문제일 수 있다.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내 말투에 독촉하는 느낌이 묻어 있을 수 있다. 둘째는 기질이 다르기 때문 일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시간, 계획, 객관적 정보가 중요한 사람인데 반해, 대표는 상황, 이유 같은 맥락이 중요한 시람일 수 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다음부터는 나의 의도를 자세히 밝히고 질문을 해야겠다는 마음먹었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작업은 일단락이 됐다. 아쉽게도 일정 부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차를 두고 다음날 찾아가기로 했다. '아마도 그런 사정으로 작업 종료 시간을 말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살면서 일어 나는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나이가 더 들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한 후에 답을 찾았다. 다음에 만나 몰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65세가 되면 차를 없앨 것이다. 그러면 자동차에 얽매인 복잡하고 골치 아픈 일에서 해방되는 자유를 얻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