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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길동 May 31. 2023

끊는 피 6월

세월이 분다


6월은 무겁다. 가벼움이 끼어들 틈이 없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 사람들을 기리는 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호국보훈의 달’이다. 다만 ‘호국보훈’이라는 말이 어렵다. 그래서 오히려 그냥 지나치게 된다. 조금 길지만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생각하는 달’이라고 하면 더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을까.




6월 1일은 의병의 날이다. 6월은 첫날부터 비장하다. 나라가 어려울 때 분연히 일어나 목숨을 다해 싸웠던 이름 모를 전사가 진정 이 나라의 챔피언이다. 6월 6일은 현충일이다. 나라를 위해 자신의 삶을 버린 의인들을 기리는 날이다. 그보다 더한 숭고함이 없을진 데, 우리는 그날의 의미를 흘려보낸다. 그저 휴일일 뿐이다. 1950년 6월 25일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날이다. 어느덧 70년이 훌쩍 지나, 625 전쟁을 겪은 사람보다 겪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이다. 이 땅에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전쟁 이후의 세대가 해야 할 일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흘린 피는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져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정권을 수립하는 토대가 됐다.


뜨거운 함성으로 채워진 우리나라의 6월은 장미꽃이 피는 여름이지만, 지구의 남반구에 있는 호주, 뉴질랜드 등은 겨울이다. 그러니 ‘이곳은 옳고, 저곳은 틀렸다.’라고 단언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구는 돌고 돌아 6월 21일은 1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지(夏至)다. 저녁 8시에도 해가  하루가 길다. 지구는 반환점을 돌아 밤이 가장 긴 날, 12월 동지(冬至)를 향해 달음박질한다.


6월은 때때로 축제다. 매년은 아니지만 4년에 한 번씩 FIFA 월드컵으로 지구촌이 뜨겁다. 2022년 11월에 개최된 카타르 월드컵과 몇 차례는 예외적으로 6월에 개최되지 않았다. 자랑스럽게도 대한민국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10회 연속 본선에 진출했다. 월드컵 4강에 올랐던 2002년 6월의 함성은 직도 들린다.


6월 중순이면 대학은 1학기 수업을 마치고 여름방학을 시작한다. 여름방학이 아닌 사람들도 6월을 마칠 때면 긴장을 푸는 듯하다. 그렇게 1년의 절반이 지나간다. 누군가는 ‘벌써 일 년의 반이 지나갔네.’라고 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아직 일 년의 반이나 남았네.’라고 할 것이다.


6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이제 지구를 살리는 일은 환경 단체만의 일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지구 공동체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 그래서 6월은 청소의 달이면 좋겠다. 이 땅에 숨어 있는 적을 몰아내듯 쓸데없이 존재하는 물건을 버리는 것은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일이고, 내 방과 주변을 깨끗이 하여 정신을 가다듬는 것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기리는 작은 행동이 될 것이다.     



6월은‘육월’이 아니라 발음이 편한 ‘유월’로 말하듯, 모두에게 편안한 속도로 흘러가는 달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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