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서 배우기
'죽일 놈'은 힙합 그룹, 다이나믹 듀오의 오래전 히트곡이다. '그래 내가 죽일 놈이지 뭐.'에서 '죽일 놈'이다. 흔히 연인들과 부부들이 심하게 싸울 때 자기 비하적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거친 표현이지만 삶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표현하는 랩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게 된다.
대부분의 랩이 그렇듯이 말이 빠르고 내용이 많아 언뜻 무슨 내용인지 알아듣기 어렵다. 하지만 가사만 따로 읽어보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고민의 깊이가 느껴진다. 어느새 랩은 대중화되었다. 래퍼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사회적 위상은 높아졌고 명성에 걸맞게 그들의 역량과 실적은 최고 수준이다.
이미 우리는 그들이 바꾸어 놓은 세상에 살고 있다. 랩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광고도 많고, 랩으로 교가를 부르는 학교도 있다. 래퍼들의 배틀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시리즈는 7년 동안 시즌 7까지 진행되고 있다. 10대들의 '고등래퍼' 시리즈도 인기다. 영화 '변산'은 주인공이 자신의 문학적, 예술적 재능을 살리기 위해 래퍼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제 세상의 한 부분은 랩이다.
하나의 음악 장르로 자리매김한 랩은 힙합 문화의 한 가지 요소로 1970년대 미국의 흑인 젊은이들이 사회적 차별에 대한 분노를 특유의 비트와 가사로 만들어 즐기면서 시작됐다. 아마도 랩의 가사가 거친 이유는 억눌린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얼핏, 랩의 가사나 비트는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느낌을 주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단언컨 데 압축된 열정의 시간과 창작의 고통을 딛고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랩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다른 모든 작품을 만드는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세상에 없었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 그들에게 우리는 혁신적 사고방식을 배워야 한다.
누군가는 ''그래 내가 죽일 놈이다.'' 악을 쓰며 당장 끝장을 볼 것처럼 싸우고, 상처를 주고받는다. 또 누군가는 그런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음악을 만들고 돈을 벌고 명성을 얻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핵심 역량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 능력이다. 세상 쓸모없는 것이었던 곰팡이는 1920년대 영국의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에 의해 세균성 질병을 치료하는 항생제로 사용되는 페니실린으로 거듭났다. 세상의 모든 것은 최고의 요리를 위한 재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