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목적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열에 아홉은 ‘이윤 창출’이라고 주저 없이 답한다. 마치 구구단을 외워 말하는 듯 신념에 차 있다. 사실 국어사전에도 기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조직체라고 되어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조심스럽게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 아니라, 고객 창출이다.'라는 의견을 제시하면, 열을 올리며 무조건 이윤 창출이라는 주장을 강하게 펼친다. 몇 해 전 교육프로그램 개발 회의 중에 모기업의 임원과 논쟁이 크게 벌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그땐 예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논쟁 정도로 끝이 났지만, 친한 친구와는 의견이 대립되면서 서로 감정이 상하기까지 했다.
기업의 목적은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우선 개인의 입장에서 보자. 개인에게 기업은 일하는 방식이고, 수입 창출의 수단이다. 리스크가 있지만 기업 경영을 잘하면 높은 성취감과 함께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다른 한편으로 사회적 입장에서 기업의 목적을 따질 수 있다. 사회는 많은 요소들로 구성된 시스템이다. 기업은 사회의 구성 요소로서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버스 회사의 사회적 역할은 낮은 비용으로 안전하게 이동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교통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기업의 목적을 따질 때 개인의 입장에서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사회적 입장에서 보아야 하는가? 차분히 따져 보자.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기업의 목적이 이윤이라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이윤은 기업주의 목적이고 기업은 이윤 창출의 수단이 된다. 그동안 우리는 기업주의 목적과 기업의 목적을 혼돈하고 있었다. 아마도 자본가 중심적인 패러다임이 지배한 결과 일 것이다. 기업의 목적은 기업 외부에 있어야 한다. 즉, 기업은 사회의 구성 요소이기 때문에 기업의 목적은 사회에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사회의 입장에서 기업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 가를 따지는 것은 타당하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피터 드러커는 기업의 목적에 관한 타당한 정의는 고객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시장을 창조하는 것은 신이나 자연 혹은 경제적 힘이 아니라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기업을 설립할 때, 첫 번째 질문이 기업의 사명, 즉 ‘우리의 고객은 누구이고,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가?”가 돼야 하는 이유이다.
그럼 그간에 강조되어왔던 이윤은 중요하지 않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 기업의 이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매우 중요하다. 다만 중요한 이유가 기업의 목적이기 때문은 아니다. 이윤은 기업 운영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기업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이익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 만일 이익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회사는 문을 닫게 된다. 그것은 사회적 역할이 있는 기업으로서 무책임한 것이다. 기업은 특성상 그 자금을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것이 기업의 독특한 특징이다. 그러므로 이익 목표 달성을 통한 자금 확보는 기업 경영에서 절대적 과제가 된다. 한편으로 비영리 조직 역시 자신의 고유한 사명이 있고, 그 사명을 다 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는 일반 기업과 다르지 않다. 차이점은 그 자금을 외부 지원을 통해 조달한다는 것이다. 즉, 영리 조직과 비영리 조직은 운영에 필요한 자금 확보 방식이 다르다. 이익 목표 외에도 기업의 지속 경영을 위해서는 마케팅, 혁신, 인적 자원, 재정 자원, 물적 자원, 생산성, 사회적 책임 등에 관한 목표가 필요하다. 이익 목표는 그중에 하나이지만 이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나머지 목표들도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
기업의 목적이 고객 창출이라고 해서 지금까지의 기업 경영 방식이 당장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실 기업의 목적이 이윤 창출이라는 주장과 관계없이 기업은 이미 고객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기능해 왔다. 다만 기업의 목적이 이윤 창출이라는 인식은 분명히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은 사회로부터 꼭 필요한 존재로 인정받고, 사회에 공헌하는 역할을 온전히 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