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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길동 Nov 21. 2024

누가 좋은 리더인가?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다고 불평하는 리더, 권한이 없어도 책임을 다하겠다는 리더, 책임에는 관심이 없고 권한만 탐하는 리더. 책임을 다하기 위해 권한을 확보하는 리더 중에 누가 좋은 리더인가?




책임(responsibility)은 맡은 바 임무를 말한다. 권한(power)은 권리의 범위를 말한다. 책임과 권한은 각각의 개념이지만, 일하는 조직에서 책임과 권한은 따로 뗄 수 없는 한 묶음이다. 책임 없는 권한은 갈 곳은 없는데 자동차가 있는 것이고. 권한 없는 책임은 갈 곳은 있는데 자동차가 없는 것이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갈 곳도 있어야 하고, 갈 수 있는 자동차도 있어야 한다. 책임과 권한의 관계는 목적과 수단이다. 책임은 목적이고 권한은 수단이다. 책임이 없으면 권한은 필요 없다. 갈 곳이 없으면 자동차는 필요 없다. 따져보면 상식적인데 아직도 목적과 수단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조직의 경영자가 책임에는 관심이 없고 권한만 누리려 하고 있다면, 그 조직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내 문을 닫게 되는 것이 세상의 법칙이다. 수없이 많은 조직이 그렇게 사라져 갔다.  얼마 전 우리나라 국가 대표팀 감독이었던 독일의 위르켄 클린스만(2023.2~2024.2)은 책임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고 권한만 누렸다. 그 결과로 대한민국 축구는 위기에 빠졌다.


우리는 주변에서 책임만 있고 권한이 없다는 불평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언뜻 책임감이 높아 보이지만 책임 얘기보다는 권한 얘기를 하고 싶은 마음일 수 있다. 자신이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 지를 분명히 하고 책임을 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 지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권한 얘기를 하는 것은 책임을 구실로 권한을 탐하는 모습이다. 2018년 월드컵 예선에서 중도 하차한 독일의 울리 슈틸리케(2014.9~2017.6) 축구 국가대표 감독은 자신에 성적에 대해 항상 변명했으며, 해임된 이후 대한민국 축구를 비난했다. 그는 애초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 없었던  같다.


흔하지 않지만 권한이 없어도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이 있다. 욕심 없이 기꺼이 희생하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하지만 자동차 없이 갈 수 있는 곳은 한계가 있듯이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 책임만 감당하겠다는 사람은 이상주의자이거나 거짓말쟁이이다. 세계 평화라는 구호 하나로는 복잡한 세상의 문제를 풀 수 없다.  불굴의 의지만 강조하는 축구 감독은 승점을 얻지 못한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피터 드러커는 리더십의 본질 요소를 목표, 책임, 신뢰라고 말했다. 리더는 목표를 제시하고, 목표 달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또한 그를 믿고 따르는 사람이 있어야 리더십은 완성된다는 의미이다. 리더십 이야기는 목표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함께 달성해야 할 가슴 뛰는 목표를 제시하면 사람들은 그를 쳐다본다. 그 목표 달성을 위한 역량이 있고 헌신할 자세가 보이면 사람들은 그를 지지한다. 말과 행동이 같고 믿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사람들은 그를 따라 움직인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을 요청받은 네덜란드의 거스 히딩크(2001.1~2002.6)는 자신에게 필요한 권한을  요구했고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서는 안 된다. 주변이 본질을 가려서는 안 된다. 수단은 목적을 앞설 수 없다. 책임 없는 권한은 거짓이다.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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