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노트

혼자서 일 잘하기

by 홍길동


초등학교 무제 공책은 일반 노트가 주는 느낌과 다르다. 종이는 갱지 같이 약간 노란색이고 칸이 넓어 여유 있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나는 초등학교 무제 공책을 좋아한다.


나는 일을 하면서 고급 시스템 다이어리나 수첩을 쓰지 않고 무제 공책을 사용한다. 공책을 펴 오른쪽에는 7칸을 만들어 날짜와 요일을 기록하고 그날 해야 할 일을 기록한다. 일할 때면 항상 옆에 두고 할 일을 확인하고 다 한 일은 밑줄을 그어 완료 표시를 한다. 사전에 한 달 정도의 칸을 만들어 미리 할 일을 적어놓고 수시로 생기는 일은 그때그때 적는다. 퇴근할 때는 오늘 할 일 중 못한 것을 다음 날 또는 필요한 날짜로 옮기고 그날의 칸을 대각선으로 그어 완료 표시를 한다. 그렇게 한번 들어온 할 일은 그 일을 마무리할 때까지는 절대 나가지 못하는 시스템이다.


왼쪽에는 칸을 만들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한다. 갑자기 전화가 오면 내용을 요약하기도 하고 중요한 업무의 절차를 그려보기도 한다. 순간적으로 생기는 아이디어를 기록하기도 하고 멋진 문장들을 적어 놓기도 한다. 왼쪽 페이지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다시 살펴 옮겨 적은 것을 옮겨 적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은 밑줄을 그어 버려 볼 필요없다는 표시를 한다. 그럼 더 이상 그 페이지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모든 메모를 한 군데 다 하면, 메모 내용이 사라지지 않고 어디에 메모했는지 찾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일도 없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직후부터 무제 공책을 이용하여 할 일을 점검해 나가면서 생활해 왔다. 1년이면 두 권 정도 쓰는데 10년 정도를 유지했으니 그 공책의 양도 적지 않다. 시스템 다이어만큼 세련되지도 정교하지도 못하지만 몇 가지 확실한 장점은 있다. 우선 공책의 크기나 부피가 적어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글씨를 깨알처럼 작게 써야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자신의 업무에 대한 기록으로 여러 모로 활용할 수 있어 적 데이타가 된다. 다만 격식을 갖추어야 할 자리에서는 무제 노트를 꺼내기가 망설여질 수도 있으므로 특별한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다이어리를 별도로 가지고 있는 것도 좋다.



가끔 옛날 공책을 보면서 참 열심히 일했구나 하는 생각으로 뿌듯해진다.



※ 이 글은 2003년에 출간한 자유롭게 일하는 아빠의 내용입니다.


※ 지금은 무제 노트 대신 온라인 무제 노트, 노션(notion)을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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