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온 지 일년 반이 지났다. 오랜 기간 기업의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온 나로서는 새로운 교육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었다. 대학 강의를 시작하면서 솔직한 심정은 생존경쟁을 해야 하는 기업교육 시장의 압박에서 벗어나 편하게 강의를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그것은 막연한 희망이었을 뿐 대학의 수업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대학에서의 수업은 즐거움도 있고, 보람도 컸지만 학생들을 수업에 온전히 집중시키는 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수업을 하면서 가장 큰 고민거리는 수업 시간 내내 자는 학생이 많다는 사실이다. 기업교육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다. 나는 ‘왜 많은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잠을 잘까?’라는 질문을 하고, 그 이유를 찾아보았다. 첫 번째는 수업이 지루하기 때문이다. 8번째 지옥이 있다면 재미없는 강의를 듣는 곳일 것이다. 두 번째는 고등학교 때부터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는 습관이 몸에 배서이다. 대학생이 되었지만 고등학교 수업의 관성이 남아있을 수 있다. 세 번째 이유는 잠이 부족해서다. 아무리 수업이 재미있고 내용이 좋아도 밀려오는 졸음을 참기 힘들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세 가지 보기를 가지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결과는 각각의 이유에 고르게 손을 들었고, 그중에 잠이 부족해서라고 답한 학생이 조금 많았다.
많은 학생들은 잠이 부족한 상태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아예 오전 수업에 출석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왜 잠이 부족할까? 언뜻 드는 생각으로는 밤새 게임을 하거나 스마트폰을 하느라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밤늦게까지 과제를 하고 공부를 하느라 잠을 못 잔 학생도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답이다. 내가 알지 못했던 이유는 늦은 밤까지 또는 새벽까지 알바를 하느라 잠을 못 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학교에 와서 크게 놀란 것은 많은 학생들이 알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말 알바를 포함하면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알바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야 전통적이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내 눈에 보인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알바는 더 이상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하는 일, 또는 사회 경험을 쌓는 차원의 일이 아니었다. 학생들은 마치 직장을 다니듯 알바를 하고 있었다. 학생들 스스로의 표현대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도대체 왜 학생들은 알바를 해야만 하는 것일까? 나는 그 질문을 가지고 학생들을 관찰했다. 나의 결론은 학생들은 이미 일정 규모의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하루를 생활하려면 제법 많은 돈이 필요한데, 부모님께 받는 용돈으로는 감당이 안 되기 때문에 추가 수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끔씩은 비싼 음식도 먹어야 하고, 맘에 드는 옷도 사야 하고, 방학 때 친구들과 여행도 가야 하고, 남친과 여친에게 줄 괜찮은 선물도 사야 하고…, 돈이 필요한 일이 너무 많다. 어른들의 가장 큰 고민이 ‘돈 쓸데는 많고, 돈은 없고’인 것처럼 학생들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2학기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을 정리하고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내용의 주를 이룬 것은 돈에 대한 이야기였고, 잘 못한 일로써 ‘알바를 통해 번 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말한 학생들이 많았다. 발표 내용을 종합해 보면,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 중에 하나는 자신들의 생활 경제 문제였다.
공부보다는 돈 관리에 신경 쓰는 학생들의 모습에 기성세대들은 미래를 준비할 시간에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 청년들의 보편적 생활양식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등에 지고 알바 경제를 살고 있는 대학생들의 고민은 기성세대와 청년들이 함께 풀어야 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