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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길동 Sep 03. 2018

곰돌이 푸, 이건 아니잖아


최근에 ‘곰돌이 푸’를 삽화로 하는 책이 베스트셀러입니다. 그런 사실은 모르고 서점에 갔는데, 우연히 그 책이 저의 시선을 확 끌었습니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라는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책의 제목은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는 저의 평소 생각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었기 때문에 마음에 움직임이 생긴 것 같습니다. 내친김에 2편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까지 사버렸습니다.

 



익숙한 곰돌이 푸의 그림과 짧은 글로 구성된 책은 부담이 없어 자투리 시간에 읽으며 의미를 새겨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그 책에 끌린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읽지 않고 넘겼던 서문에 “이 책은 행복에 대한 니체의 정신이 담긴 명언을 뽑아 푸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습니다.”라고 내용의 원천을 밝히고 있습니다. 평소 니체 철학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더 크게 공감이 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책 사기를 잘했다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2편이었습니다. 책의 본문을 읽기 전에 서문을 읽었습니다. 이번 책도 니체 철학을 표현한 것인지가 궁금했습니다. 2편에는 “푸가 논어를 만났습니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순간 고개가 갸우뚱 해졌습니다. 


니체는 서양 문명의 기반이었던 형이상학적 세계관을 부정하면서 절대적 진리와 전통적 질서를 깼고,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철학자입니다. 그는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고, 극복하는 삶을 통해 인생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반면에 논어는 2500년 전 공자의 말씀을 모은 경전으로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예절, 도리, 절제 등, 바르게 사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니체의 사상과 공자의 사상은 양립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물론 곰돌이 푸를 통해 어려운 니체의 철학과 논어를 쉽게 풀어내는 것은 유익한 일이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곰돌이 푸가 ‘니체의 말처럼 살아라. 그러면 행복할 수 있다.’ 고 말하고, 다시 ‘공자님의 말씀대로 살아야 잘 사는 것이다.’고 말하면 마치 곰돌이 푸가 이중 인격체인 느낌을 주어 독자는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차라리 곰돌이 푸에 나오는 다른 캐릭터를 통해 논어의 내용을 전달했으면 좋았겠다 싶습니다.




물론 이 책을 기획한 입장에서는 복잡한 일이 되고, 돈과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하는 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까다로운 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사와 원저자(디즈니사)는 독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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