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먹어도 되니?
가족이 외식하러 가서 식사에 앞서 부모가 자녀에게 허락을 구하는 말이다. 어른이 먼저 식사를 시작하고 나서 아랫사람이 수저를 들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느낌일 것이다. 잘되고 잘못되고를 따지는 것은 뒤로하고, 이상해 보이는 이야기의 맥락을 살펴본다.
스마트폰 없이 살아가는 것을 힘들어하는 인류를 뜻하는 포노 사피엔스로 불리는 요즘 세대들은 스마트폰으로 소통한다. 그러다 보니 소통하는 방식도 다양하고 난해하다. 기성세대들은 직접 얼굴을 보고 말하거나, 적어도 전화통화는 해야 소통한 느낌이 생긴다. 하지만 요즘 세대들은 문자나 카톡 등 SNS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있고,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듯하다.
거기까지면 소통 매체의 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성세대가 잘 모르는 소통 방식이 있다. 젊은 사람들이 모두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의 사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 국내 월 이용자 수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인스타그램은 사진 또는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어플이다. 문장 중심이 아니라 시각물 중심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한 장의 사진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직관과 감성을 선호하는 젊은 사람들의 소통 수단이 되기에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친구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올린 사진 또는 영상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로 직접 교감할 수 있고, 궁금한 사람의 인스타그램을 찾아 들어가 최근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를 확인하며 간접 소통을 할 수도 있다.
인스타그램은 한 사람의 서재로 비유된다. 서재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준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에서는 자신이 드러내고 싶은 정보만 올리다 보니, 실제 삶의 모습과는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자기 과시적인 행동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평범한 사람의 일상을 예술가의 작품처럼 만들어 공유하며 소통하는 것은 이전 시대에 없었던 새로운 가치이다.
이제 수시로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은 현대인의 놀이고 라이프스타일이다. 주로 음식, 패션, 선물, 여행, 풍경, 티켓 인증, 공부 인증, 반려동물, 커플, 자녀 사진 등이다. 이중 제일 많은 것이 먹스타그램으로 불리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 사진이다. 그래서 가족 외식 자리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아이들이 "잠깐"을 외치며 부산스럽게 사진을 찍는다.
처음엔 “도대체 뭐 하는 거야?”라고 꾸지람을 했던 부모들도 어느새 인내심 갖고 사진 촬영이 끝날 때를 기다렸다가 묻는다.
이제 먹어도 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