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체크리스트’가 있을까? 검색창에 ‘행복 체크리스트’를 쳤다. ‘설마 있겠어?’ 하는 마음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도 있었다. 엔터를 쳤다. 와우! 있네. 하지만 내용은 제목과 달리 행복 지수를 측정하기 위한 체크리스트였다. 단행본으로 출간된 ‘10대들을 위한 행복 체크리스트’도 있었지만, 그 역시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방법론이었다.
과연 행복 체크리스트는 존재할 수 있을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나의 생각이 잘 못된 것인가? 포기에 앞서 체크리스트의 뜻을 다시 정리해 보았다. 체크리스트란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생각해야 할 요소들 또는 챙겨야 할물건들에 대한 목록이다.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고 필요할 때 끄집어낼 수 있으면 문제없지만,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다. 완전히 기억하지 못해도 빠뜨림 없이 생각하거나 챙길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도구가 체크리스트이다. 그러므로 행복 체크리스트가 존재하려면 행복하기 위해 끄집어내야 할 요소들이 있어야 한다. 나는 다시 '그런 것이 있을까?' 희미하게 보이는 그 무엇인가를 잡기 위해 뇌 신경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이형기 시인의 '불행'이라는 시에 ‘행복하고 싶었던 그 시절이 실은 행복한 시절이었다.’라는 구절이 있다. 크게 공감하면서 허를 찔린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행복을 추구하지만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이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옛날 사진을 보면서 '그래, 이때가 행복했지.' 한다. 어쩌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거기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늦게라도 그때를 다시 떠올리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삶일 것이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끌고 온 이유를 눈치챈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하루하루를 살면서 마음이 기뻤던 순간을 끄집어내는 체크리스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늘 감사한 사람이 있었나?' 며칠 동안의 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온 딸이 감사했다. '오늘 감사한 일이 있었나?' 기온도 올라가 봄기운이 완연하고 미세먼지도 적어 차창을 열고 마음껏 호흡할 수 있는 것이 감사했다. '오늘 즐거운 일이 있었나?' 오래전에 만나 인연을 이어온 김 이사님의 희망찬 사업 구상을 듣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오늘 설레는 일이 있었나?' '오늘 짜릿한 일이 있었나?', '오늘 흐뭇한 일이 있었나?' '오늘 뭉클한 일이 있어나?' 체크리스트를 따라 몇 번의 질문을 던지고 나니, 오늘은 제법 행복한 날이었다.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내일도 행복할 수 없다.'는 나의 지론이다. 왜냐하면 행복은 태도이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행복하게 사는 한 가지 방법은 지나간 시간 속에 있었던 행복을 찾아내어 그 느낌을 다시 새기는 것이다. 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서처럼 단기 기억 속의 행복을 핵심 기억으로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