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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길동 Dec 11. 2019

세월 참 빠르네요

세월이 분다


"엊그제 새해 목표를 세우고 한 해를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연말이네요."

"그러게요. 시간이 정말 빨리 갑니다. 올해는 유난히 빠르게 지난 것 같아요."   

  


연말에 사람들의 대화를 의식적으로 관찰하면 똑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세월 참 빠르네요.”는 이제 연말 인사말이 됐다. 나이가 든 사람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빠르게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는 말을 주고받는다. 모처럼 세대를 초월하여 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우리는 다시 새해 인사를 하며 한 해를 시작할 것이고, 또 연말이 올 것이다. 그러면 또 쏜살같이 흘러간 일 년을 아쉬워하며 "세월 참 빠르네요."를 한숨과 함께 내뱉을 것이다. 그렇게 해를 반복하다가 삶을 마치는 순간에 한평생이 금방 지나갔다고 느낄 것이고, 짧은 인생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로 허공을 바라보며 마지막 한숨을 짓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인생에서 지난 시간에 관하여 마치 그만큼의 시간이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나간 시간은 만지거나 볼 수 있는 실체로 남아 있지 않고, 사건 중심의 정보로 바뀌어 내 기억 속에 저장돼 있다. 마치 실체가 있는 오프라인 세상의 것이 디지털화되어 부피와 무게가 없는 온라인 세상의 것으로 바뀌어지는 것과 같다.     


며칠 전 이사를 했다. 이삿짐센터의 직원들은 숙련된 움직임으로 짐을 싸고, 차로 옮기고, 다시 짐을 풀어놓았다. 이른 아침에 시작한 이사는 저녁이 다되어 끝났다. 동네 중국집을 찾아 저녁을 시켜 먹고, 짐 정리를 하다 지쳐, 더는 힘들겠다는 마음으로 어수선한 방에 누웠다. 어제까지 살던 집은 벌써 아득한 느낌이었다. 한 집에서 십 년을 살고 이사를 하는 것이라 정든 고향을 떠나는 심정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채 하루가 지나기 전에 까마득한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지나간 시간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의 내 기억 속에 압축 파일로 저장되어 있을 뿐이다. 지나간 시간은 물리적 양으로 느낄 수 없다. 우리는 과거가 실체로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더는 지나간 시간을 잡으려는 빈손 짓을 그만두어야 한다. 그래야 속절없는 시간의 흐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는 예외 없는 법칙으로 '참'이다. 그리고 그때가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 죽는지를 모른다는 것은 ‘참’이 아닐 수 있다. 오랜 고민 끝에 답을 찾았다. 우리가 죽는 날은 바로 ‘오늘’이다. 물론 자신이 죽는 날을 특정할 수는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죽는 날이 있다는 것이고, 그날이 오면, 그날을 인식하는 자신에게 그날은 ‘오늘’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날은 반드시 온다.     


우리는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오늘을 사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 태어나고, 오늘 살고, 오늘 죽는다. 오늘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이 되고, 그 인생은 오늘 속에 있다. 어제도 오늘 속에 있고, 내일도 오늘 속에 있다. 그러므로 인생을 잘 산 다는 것은 오늘을 잘 사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 성공하고, 오늘 행복해야 한다. 보고 싶은 사람을 오늘 만나야 하고, 할 일을 오늘 해야 한다.     



"너도 나도 모르게 흘러간 세월아" (옥경이/태진아)

"세월 참 빠르다 빠르다. 언제 내가 이만큼 살았나" (세월 참 빠르다/임병수)

"우리 사랑했던 우리 아파했던 그때 기억에 울고 웃는 나 시간 참 빠르다. (시간 참 빠르다/이승철)     


사람들은 빠르게 흘러가는 인생에 관한 아쉬움을 노래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언젠가 마지막 오늘을 맞이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져야 하는 슬픈 날이지만, 그날에 속절없이 흘러간 인생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으로 눈물짓는다면 그것이 더 슬픈 일이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처럼 주어지는 하루하루를 마지막 오늘이라고 생각하 살자. 더는 지나간 시간에 매이지 말자.


"Happy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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