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종끗 세우고, 라디오의 다이얼을 돌리며, 가장 잘 들리는 소리를 찾는 모습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지금은 정해진 번호나 메뉴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음질 좋은 방송을 들을 수 있다.
데이터를 연속 양으로 다루는 아날로그 방식의 시대는 가고, 데이터를 숫자로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이다. 세상의 모든 내용은 디지털 자료로 변환되어 관리될 수 있고, 필요에 맞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사물인터넷은 디지털 정보의 활용을 위해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화하기 어려운 정보도 있다. 이름하여 '암묵지'이다. 암묵지란 학습과 경험을 통하여 개인에게 체화되어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식을 말한다. 글로 표현할 수 있는 형식지와 상대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요리책에 있는 내용은 형식지이고, 요리를 하면서 느끼는 감(感)은 암묵지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었다고 전문가가 될 수 없는 것은 형식지는 얻을 수 있지만 암묵지까지 얻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전문가나 경험이 많은 사람들에게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은 암묵지이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뚝딱 배울 수 없는 것이 암묵지다. 일대일로 지도하는 도제 방식은 그 암묵지까지 배우는 방법이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사실 도제 방식이란 가르쳐 준다기보다는 그냥 보고 배우는 것이고, 못하면 혼나면서 터득하는 것이다. 전문가 자신도 방법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자신의 암묵지를 끄집어내어 형식지로 만들고, 자신의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단 전체 과정을 글로 정리하기 위한 시도를 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결과물의 상태를 상세하게 기술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결과가 명확하게 정리되면 거기까지 이르는 방법도 구체화될 수 있다. 그다음으로 할 일은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절차를 최대한 잘게 쪼개어 정리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설명하지 못했던 부분도 설명이 가능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절차별로 필요한 팁(tip)을 기술한다. 이때 반드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론 이런 노력 만으로 완벽하게 암묵지를 끄집어내어 정리할 수는 없다. 그래도 눈으로 볼 수 있는 내용으로 표현되면 발전 가능성이 생긴다. 그리고 나서 절차를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사용하면서 보완하다 보면, 암묵지는 형식지로 전환된다. 아마도 많은 지식은 그렇게 탄생했을 것이다.
살면서, 일하면서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지 못하는 것은 밤을 새워 작성한 문서를 저장하지 않고 종료하는 것과 다름없다.
암묵지를 형식지로 체크리스트
□ 결과를 상세하게 기술하기 □ 결과 산출 절차를 세분화해서 기술하기 □ 절차별 Tip 및 느낌 기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