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 것은 우유병

고민하다가

by 오은영

건진 것은 우유병

물음표가 생긴 가방이
여기저기를 살펴봐

하지만 가방은 필요하지 않아
그렇지만 가방에 넣을지 고민하다가

가방엔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지


이 시는 화자가 우연한 선택의 순간을 경험하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물음표가, 그러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담을 수 없음을 깨달으며 시는 끝이 납니다.

“건진 것은 우유병”
화자가 엉겁결에 우유병을 건지게 됩니다. 우유병은 아기와 돌봄 하면 떠오르는 물건이지요.

“물음표가 생긴 가방이 여기저기를 살펴봐”
그러자 가방은 의문이 생깁니다. 여기에 ‘물음표’와 함께 우유병을 둘러보며 관찰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가방은 필요하지 않아서”
관찰을 하고 나니 가방은 알게 되었습니다. 필요해 보일지도 모르는 물건이, 사실 불필요하다는 것을. 선택을 멈칫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가방에 넣을지 고민하다가”
불필요함을 알면서도 왜인지 고민을 합니다. 아까우니까요. "사용하게 될지도 몰라"라고 말이죠.

“가방엔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지”
하지만 이내 가방은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가방(자신)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가져가지 않겠다고 결정하지요. 가방은 의지나 판단이 아니라 자신의 구조에 원인을 둡니다.


납작한 가방은 둥그런 우유병을 담을 수 없습니다. 사실 손으로 들고 갈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조금 불편해지지요. 그래서 가방은 우유병을 들고 가지도 가져가지도 않습니다.

마치 우연히 지나친 수많은 물건 더미와 가게 앞에서 새로운 물건을 쥐어보고 담아보고 고민하다가 구입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우리의 경험과도 비슷합니다.

또는 해볼까 말까, 가볼까 가지 말까 선택의 이전의 상황이 제일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가방도 이러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서 마음의 결정을 내리며 시는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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