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에 놀라

나를 가리지

by 오은영

부끄러움에 놀라

손으로 먼저 나를 가리지


그렇지만 가장 큰 눈

내 두 눈이 가려지지 않고


코끼리 코처럼 생겼지만

사실 내 한 다리는 지릿지릿



이 시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에 못이여 스스로를 가리려 하지만, 가려지지 않는 상태를 유머와 솔직함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부끄러움에 놀라 손으로 먼저 나를 가리지”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거나 살짝만 스치더라도, 화자는 아주 부끄러워합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손이 먼저 얼굴을 가리지요.


“그렇지만 가장 큰 눈 내 두 눈이 가려지지 않고”


오고 가는 시선 속에 눈동자의 움직임을 숨길 수 없습니다. 화자는 부끄러움을 느끼는 동안에도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코끼리 코처럼 생겼지만

사실 내 한 다리는 지릿지릿”


사실 코 같은 다리를 의식했습니다. 마주치는 타인의 눈동자들은 대부분 아래로 내려갔으니까요. 화자의 부끄러움의 원인, 오해될 수 있는 외형에 대해 솔직하게 밝힙니다. 그리고 다리에는 여전히 긴장과 떨림이 있습니다.


이 시는 부끄러움을 숨기려는 행동과, 숨길 수 없는 시선과 감각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자는 몸의 일부를 가리지만, 여전히 열려있는 커다란 눈과 다리는 세상과 타인을 의식하고 있지요. 그리고 화자는 부끄러움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대해 솔직하고 가볍게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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