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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어 Jan 06. 2020

2019년 2월. 가옥이 나이스!

#월간안전가옥

*회사에서 한 달에 한 번, 한 달을 돌아보는 글을 써서 블로그에 공개한다. 여기에 다시 포스팅하면서 눈에 거슬리는 표현들은 조금 수정했다.



안전가옥은 알려진 바와 같이 근무시간이 11 to 11입니다(대신 주4일). 저는 집이 가까운 편이라 야근(..)을 하지 않는 이상 보통 23시 30분쯤 집에 도착하는데요. 요새 집에 돌아오면 매일 하는 루틴이 있습니다. 바로 tvN의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 - 도레미 마켓> 다시보기입니다.



<놀라운 토요일 - 도레미 마켓>은 출연자들이 어떤 노래의 일부분을 같이 듣고, 그 노래의 가사를 각자 받아 적어서, 토씨 하나 안 틀리게 완성하면 이기는 게임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 입니다. 예상하실 수 있을텐데요, 웅얼웅얼하게 들리는 랩이나, 속삭이듯이 부르는 노래, 누구나 아는 노래지만 사실 정확한 가사는 아무도 모르는 그런 노래들이 출제됩니다.


놀토에는 총 7명의 고정 출연자가 있는데요, 10개월 즈음 방영되면서 각자의 역할이 꽤 명확해졌습니다. 우선 크게 나누면 받쓰(받아쓰기)를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이 있지요. 그 중에서 90년대 노래를 잘 듣는 사람, 요즘 노래를 잘 듣는 사람이 있습니다. 소리나는대로 잘 받아적는 사람, 들어갈 가사를 잘 유추해내는 사람이 있고 고집을 부리는 사람, 금방 포기하는 사람이 있고요. 독보적인 받쓰 실력을 갖춘 키를 믿는 사람, 키를 샘 내는 사람, 키의 현실 여동생같은 사람, 그리고 키 본인이 있지요. 거창하게 집단 지성이라 부를 것 까지는 없지만, 이 멤버들이 같은 노래를 듣고 다르게 받아 쓴 내용을 서로 공유하고, 몇 번의 ‘내가 맞네 네가 맞네’를 거쳐 짧게는 스무 자, 길게는 마흔 자의 가사를 채워나갑니다.


https://youtu.be/FZnuQQ3IKtE

*놀토 멤버들의 의견 수렴 과정(a.k.a 공산당)을 압축적으로 보려면


몇 달치 놀토를 몰아보면서, 저에게 인상 깊게 들렸던 말은 ‘틀린 것 같아도 일단 적으세요' 였습니다. 주로 처음 나온 게스트들이 노래를 듣고 당황해 하면서, 가사를 못 들었기 때문에 답 쓰기를 주저할 때 멤버들이 하는 말 이었는데요. 아무리 이상하게 들렸더라도 들리는 대로라도 그걸 적어두면, 누군가가 답을 유추할 때 그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2월 한 달 동안 2019년 안전가옥의 마케터들이 무슨 일을 할지 정리하고 계획하면서 보냈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실무가 바쁜 와중에 정리하기도 어렵고, 시간이 더 걸릴수록 더 완전한 자료를 만들고 싶고, 이것도 저것도 더하고 싶어서 머리가 아팠습니다. 생각해보니 팀 없이 혼자 안 들리는 노래를 다 받아적어야 하는 심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새로운 멤버에게 공유해야 하는 지금, 솔직히 구멍 송송 난 받아쓰기판을 띄워놓고 모두와 함께 봐야 하는 심정입니다.


그런데 문득 이 편이 낫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놀토를 보니까 도레미 멤버들은 정답을 맞혔을 때보다도, 서로 한참 고민하다 정답일 것 같은 단어를 알아냈을 때 더 즐거워하더라고요. 새로운 멤버들에게 모든 것을 완전하게 정리해서 전해주려고 애썼는데, 그것보다는 좀 비어있고 밑그림만 있더라도 같이 보면서 맞춰나가는 게 더 재미있고 의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습니다.


게다가 노래 가사 받아쓰기엔 답이 있지만, 2019 안전가옥 마케팅 플랜에는 답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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