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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어 Jan 06. 2020

2019년 3월. 추방 3일.

#월간안전가옥

*회사에서 한 달에 한 번, 한 달을 돌아보는 글을 써서 블로그에 공개한다. 여기에 다시 포스팅하면서 눈에 거슬리는 표현들은 조금 수정했다. 



유심히 안전가옥의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은 이미 아실테지만, 올해부터 ‘콘텐츠 스터디’ 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매거진의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안전가옥 운영멤버들이 다같이 볼 콘텐츠를 정한 다음, 읽거나 보고, 다시 모여서 토의한 내용을 정리해보는 매거진입니다. 1월에는 정세랑 작가의 ‘보건교사 안은영’, 2월에는 어슐러 르 귄 선생님의 ‘용서로 가는 네 가지 길’을 주제로 했습니다. 저는 콘텐츠를 고르고, 토의하는 회의에는 거의 다 참석 아니 ‘배석’했지만, 일상의 고단함(과 게으름..)으로 스터디는 함께 하지 못했었지요. 누구 못지 않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읽지를 않았으니 말할 수 있는 것도 없어 꽤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4월이 되자마자 추방을 떠나, 저는 지금 동남아시아의 어느 섬에 와 있습니다. 해변이든 풀사이드든 어딘가에 느긋하게 누워, 몇 달 동안 미뤄두었던 책들을 읽겠다는 야심을 품고, 책도 두 권 챙기고 넷플릭스도 잔뜩 받아왔는데요. 어쩌다 보니 도보 거리의 식당과 카페, 숙소, 해변만 오가며 계획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읽고 보고 있습니다.


꼭꼭 씹어보기보단 읽다가 밥도 먹고, 아름다운 바다와 나무에 눈을 뺏긴 날도 많아서, 무엇보다 혼자 보고 혼자 생각했기 때문에 ‘콘텐츠 스터디’의 무게와 깊이엔 다다르기에는 부족했습니다. 뭐, 그래도 다큐 3일 느낌으로, 기록을 위해서, 간단하게 추방 3일 동안의 빈지와칭, 빈지리딩 목록을 정리해 봅니다. 어서 돌아가서 친구들이랑 모여 신나게 수다 떨고 싶어요!


보헤미안 랩소디

/ 영화, 기내 엔터테인먼트 모니터로, 3/31

/ 고른 이유: 벤 휘쇼가 프레디 머큐리 역에 캐스팅 되어 있을 시절부터 기다렸는데, 막상 개봉했을 땐 남들이 다 보니까 안 보고 싶어서 안 봤다. 이제는 봐야할 것 같아서.

/ 이게 좋았다: 큰 화면으로 봤다면 압도적이었을 마지막 LIVE AID 장면 + 귀여운 벤 하디

/ 이건 그랬다: 실존 인물의 실제 역사를 다뤘고 실제 관계자가 관여도 한 것 치고는.. 인물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평면적인 캐릭터들.


빅뱅이론 시즌9, The Matrimonial Momentum, The Separation Oscillation

/ 드라마, 기내 엔터테인먼트 모니터로, 3/31

/ 고른 이유: 빅뱅이론 세상에 언제적 빅뱅이론이야아 하며 반가워서 시청

/ 이게 좋았다: 빅뱅이론 신나게 보던 시절의 ‘나’로의 추억 여행

/ 이건 그랬다: 몇 년 째 아직도 같은 이슈로 싸우고 있는 페니와 레너드 그리고 쉘든의 캐릭터 붕괴. 전자는 너무 지겹고 후자는 너무 놀라서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


잘돼가? 무엇이든

/ 에세이, 종이책으로, 4/1. 비치에 누워서 (꺄)

/ 본 이유: 동명의 단편 영화도 재미있게 봤고, 이경미 감독의 입봉작 ‘미쓰 홍당무’도 좋았다. 반드시 읽어야 해 하고 샀다가 묵혀둔 책.

/ 이게 좋았다: 거창한 꿈과 비전이 아니라 일상에서 잔잔히 보이는 감독님의 시선을 볼 수 있는 책. 그래서 감독님의 영화를 더 기대하게 만드는 책.

/ 이건 그랬다: 나도 감독님처럼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할 누군가를 만날 것 같은 헛꿈을 꾸게 만드..


기묘한 이야기 시즌1

/ 드라마, 넷플릭스로, 3/31-4/2. 비행기에서 시작, 밤마다 숙소에서 끝.

/ 본 이유: 최근 3년 간 어디 갈때마다 몰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매번 이래저래 미루다가 이번엔 기필코! 하면서 무서워도 꾹 참고 시작.

/ 이게 좋았다: 정교한 기획과 배우들의 호연이 만든 수작. SF, 호러, 괴물..까지 뭐 하나 나의 선호인 것이 없는데도 자는 시간 아껴가며 보게 만든 이야기의 힘.

/ 이건 그랬다: 시청을 미루는 바람에 인생 전체로 봤을 때 덕질할 시간이 줄어들었다.. 더 빨리 봤어야지..


어쩌다 로맨스

/ 영화, 넷플릭스로, 4/2-보는 중. 숙소에서.

/ 본 이유: 스띵을 몰아보다가 숙소 방의 벽을 보니 조금 무서워져서.. 빠르게 마음을 바꾸기 위해 선택한 영화.

/ 이게 좋았다: 롬-콤을 극도로 혐오하는 여자 주인공이 롬-콤의 세상 속으로 들어갔다는 설정

/ 이건 그랬다: 일단 끝을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까진 설정 외에 크게 좋아할 만한 부분이 없어 보인다.


제목을 밝힐 수 없는 안전가옥 오리지널 소설(!) (*이 소설은 조예은 작가의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이었다)

/ 소설, 휴대폰, 3/31. 비행기에서

/ 본 이유: 지나다니며 몇 번 인사만 했던 작가님이 어떤 이야기를 쓰시는지 궁금했고, 소설이 나올 때 어떤 걸 해야할 지 미리 걱정하기 위해.

/ 이게 좋았다: 와.... 와. WA. 이건 다른 지면을 빌어야 함.

/ 이건 그랬다: 아직 발간 전이라 친구들이랑 같이 읽지 못한다는 점!


다는 못 읽고 돌아왔던. 발리에서 아니 옥상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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