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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어 Jan 06. 2020

2019년 4월. 침묵의 나선이론.

#월간안전가옥

*회사에서 한 달에 한 번, 한 달을 돌아보는 글을 써서 블로그에 공개한다. 여기에 다시 포스팅하면서 눈에 거슬리는 표현들은 조금 수정했다. 



저는 대학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했습니다. 제 전공은 언론홍보영상학부 안에 있었는데요, 다른 학교에선 커뮤니케이션학부, 미디어학부 등으로 불렀고 좀 느린 학교는 아직 ‘신문방송학과'라고 불렀습니다. 이런 이름을 쓰는 대부분의 학부가 전공기초 과목으로 저널리즘의 역사, 제 1, 2차 세계대전 근처 언젠가에 발표된 미디어 이론을 가르쳤습니다. 저도 아마 미디어와 현대사회 아니면 매스커뮤니케이션 이론.. 그런 제목의 수업에서 이런저런 저널리즘 이론들을 배웠던 것 같아요. 그중 꽤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는 것이 침묵의 나선 이론입니다. 


아 딱 아시겠죠 그거 그거


침묵의 나선 이론은 1960년대에 독일의 사회과학자 Elisabeth Noelle-Neumann이 발표한 이론입니다. 어떤 특정한 아젠다에 대해 사회 구성원들이 논의를 할 때, 이미 다수의 구성원이 인정하는 지배적인 의견이 있다면 그에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은 다수에서 고립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침묵한다는 것입니다. 


노엘레-노이만은 침묵의 나선이 작용하는 모습을 네 단계의 가설로 구성했는데요, 

▶ 우선 이미 개인의 의견과 태도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주제와 그렇지 않은 주제의 양상이 다릅니다. 상대적으로 명확한 태도를 이미 가지고 있는 주제(“관습"같은 것)에는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취하려면, 고립될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반대로 비교적 다양한 의견이 있고, 논쟁적인 주제에 대해서는 개인들이 어떤 의견을 택해야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을지 탐색하게 됩니다. 

▶ 자신의 개인적인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되고, 확산된다고 느끼는 사람은 자신 있게 의견을 피력하게 됩니다. 반면 자신의 의견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깨닫게 되면 좀 더 보류된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생깁니다. 

▶ 전자의 의견을 가진 대표들은 점점 더 많이 이야기하고, 후자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침묵하는 동안 환경에는 확실한 변화가 생깁니다. 강화되는 의견은 실제보다 더 강화되고, 약화되는 의견은 실제보다 더 약하게 묘사됩니다.

▶ 그 결과, 한 의견은 지배적인 것으로 자리 잡고, 나머지 하나는 그 의견에 집착하는 극소수를 제외한 모두에게 거부당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나선형 프로세스를 따라 다른 개인의 의견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감지하고, 그에 따르도록 압력을 받습니다.


직장에서도 이 이론은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간 몸담았던 조직들을 되돌아보면, 가장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대부분의 경우 의사 결정권자가 미디어 그 자체가 되어, 팀 내에서 강력한 침묵의 나선이 형성되는 것을 꽤 많이 본 것 같아요. 


아마도 당신도 어느 조직에서 다수, 혹은 소수에 속해 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지배적인 의견과 반대편에 속했던 경우를 떠올려볼까요. 이런저런 이유로 침묵을 하게 되었지만, 침묵한다고 해서 처음의 의견이 아주 없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어떤 침묵’당한’ 의견들은 안으로 더 파고들어, 자조와 죄책감을 만나 속을 상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지내는 어느 곳에서든 침묵하는 사람이 적기를 바라고, 나선이 생겨나지 않도록 제 나름의 노력을 합니다. 주위 여론의 방향보다는 내 마음과 내 생각이 어떤지 파고드는 데에 에너지를 쓸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그것은 저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사람들을 즐겁게 할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싶은 곳이라면 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임금님의 은혜만 찬양하면 되는 시절이 아니라, 다양한 독자의 다양한 마음을 이끄는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시대에는 여러 가지 삶의 가능성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좋은 이야기, 더욱 풍부한 상상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가 세상에 나아가면, 곳곳에 자리 잡은 침묵의 나선들을 깨부수는 힘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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