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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온 Jan 05. 2020

명품백을 꼭 들어야하나요?

No-bag


인터넷에서 잊을만하면 '나이가 **살인데 명품 가방 하나 없음 좀 그런가' 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명품은 뭐길래, 나이가 들면 꼭 들어야하는 것이 되었을까.


유학을 가기 전 나는 명품과 관련된 일을 했는데, 그 곳에선 모두가 명품을 샀다. 

나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집에서 태어나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도 많이 하던 섬에서 온 소녀는 명품관에서 수많은 브랜드와 함께 일을 하게 되니, 눈이 돌아갔다. 대단한 명품을 산 건 아니지만, 곧잘 샀다. 


그리고 밀라노로 유학을 갔다. 

명품으로 온 몸을 두른 사람과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듯한 사람들이 뒤섞여있었다.

그 중 한 친구는 명품을 꽤 많이 가지고 다녔는데, 주로 오래된 가방이나 구두, 외투 등이었다. 할머니가 어머니에게, 어머니가 그녀에게 준 것이었다. 말로만 듣던, 리얼 '빈티지'였던 것이다.

가방 하나로 50년이 넘는 세월을 쓸 수 있다면, 그 가방을 처음에 샀던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의 유행은 대부분 1년도 채 안되는 단위로 바뀐다. 

명품은 어느새 시즌백이, 유행을 타는 아이템이 되었다. 

나에게 있는 명품들을 나는 10년 넘게 들 수 있을까. 글쎄, 회의적이다. 

가방이 낡을게 뻔해서라기보다는, 나는 그걸 물려주고 물려받는 사람이 아닌 터다. 우리 시대의 유행은 빠르게 변하고, 나는 오래된 전통을 좋아하지만 새 것을 더 좋아한다.  


그리고 한가지 더, 명품 백이 있어야 하나? 는 생각은, 가방을 들기 때문에 나온다.

애초에 가방을 들어야한다-가 전제되기 때문에 나오는 생각이다. 

그래서 가방을 들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몸도, 생각도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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