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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온 Apr 26. 2020

양장점에 갑니다

기성복이 아닌 맞춤옷


회사를 관두고 저 먼 이태리까지 날아간 건 맞춤 정장 때문이었다.

Tailor. 나는 그 단어에 매료되었다. 

아직도 처음 내가 나를 위해 만든 셔츠가 완성되었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내가 고른 원단, 나를 위한 핏, 단추 하나까지도 모두 내가 골랐던 그 옷은 비록 바이어스가 조금 삐뚤어졌을지언정 내가 상상한 그 옷이었다.


맞춤복이란 그런 옷이다. 대단하지 않아도, 내 몸에 딱 맞는, 내가 생각한 그 옷. 

잘 만들어진 맞춤복을 입으면, 몸을 휘감는 옷의 완벽함이 느껴진다.


물론 대부분의 옷을 인터넷으로 사지만, 여전히 가끔 양장점에 간다. 

옷을 맞추는 것은 생각보다는 비싸지 않고, 다만 조금의 번거로움이 추가된다. 하지만 백화점에 가서 옷 한벌 사는 것과 비슷한 돈으로 내 몸에 딱 맞는 원하는 디자인의 옷을 살 수 있다면, 낯선 양장점의 문을 두드리고, 원단을 고르고, 디자인을 의논하고, 가봉을 가고, 몇주간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썩 아깝지는 않은 일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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