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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온 May 18. 2020

갑자기 '거기'에 두드러기가 났다

실용적인 속옷


지난 가을, 갑자기 엉덩이가 너무나 가려웠다. 거울을 보니, 오돌토돌 여드름 같은게 났다. 얼굴에도 뭐가 잘 안나는 건성 피부의 소유자로서, 엉덩이에 여드름이라니, 굉장히 생소한 느낌이었다.

몇일이면 알아서 들어가겠거니, 아니면 알아서 여물어 처치할 수 있겠거니 했던 건 경기도 오산이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더 가려워지기만 하고, 그것들은 딱히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았다. 며칠 뒤엔 종기처럼 큰 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결국 병원에 갔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고 했다. 피부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나의 증상은 정리되었다.

일단 피부가 너무 건조하고, 레이스 같은 소재의 속옷이 문제 일 수도 있으니, 보습에 신경쓰고, 당분간 면으로 된 속옷을 입어라. 참 단순한 처방이었다.

그리고 처방에 따르자 마법처럼 엉덩이의 두드러기들은 사라졌다.


통풍이 잘 되지 않고, 피부와 마찰이 많은 속옷은 가장 흔한 질염의 원인이다. 이제 보니 피부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건강한 몸을 위해, 심플하고 좋은 면으로 만들어진 속옷으로 옷장을 또 바꾼다. 그러면서 마음 속 깊이 있던 질문을 하나 꺼내봤다. '여기에 이 레이스는 왜 달려있는거야? 보이지도 않는데'


각종 여성질병이 이렇게 쓸데없는 이유로 걸리는 거라니, 그동안은 뭘 배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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