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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온 Oct 24. 2021

우리는 결혼할 수 있을까



 20대 내내 연애를 하고 있었음에도 나는 내가 결혼을 못하거나 안 할줄 알았다.  20대 초반에는 백일이 넘는 연애를 못해서 그러했고, 20대 후반에는 처음으로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파혼했기에 그러했다.


 대학시절 나는 내가 속했던 모든 그룹에서 적어도 한명의 남자를 만났다. 대부분 짧게 만나고 짧게 헤어졌다. 짝사랑도 두어번 했다. 당시에는 간절했으나 돌이켜보면 이뤄지지 않아 다행인 사랑이었다. 어떤 연애도 길게 하지 못했기에 결혼은 못하겠구나 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상대를 끊임없이 찾고 만났다. 그러다 대외활동 할 때 친하게 지내던 언니의 친구를 알게되었고 그와 결혼 준비 기간을 포함해 약 2년정도 만났다. 


 그와 결혼까지 생각하게 된 것은 단순한 이유였는데, 우리가 만나는 동안 둘다 취직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만해도 취업을 했으니 결혼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대학교를 가고, 취업을 하고, 남들이 말하는 허들들을 그 동안 잘 넘어왔으니, 결혼도 그런 거겠거니 했다. 게다가 처음으로 일년 넘게 만나기까지. 짧은 연애밖에 못하던 나와 1년이라는 시간이 넘도록 '만나주다니.' 이런게 결혼할 사람인가 했다. 다들 결혼을 특별해서 하는게 아니라고 했다. 우리가 헤어진 이유도 대단하지 않았다. 집을 계약하는 와중 그의 실수로 사소한 잘못이 생겼다. 그는 잘 챙기지 않고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며 내 탓을 했다. 그 말에 안락했던 온실이 깨졌다. 우리가 맞춰갔던 것이 아니라 내가 맞췄던 것이었다.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는 나에게 서른 즈음이 되면 달라질 것이라 했을 때 의문을 품었어야 했다. 일을 관두고 대학원을 가면 어떻겠냐고 했을 때 눈치챘어야 했다. 그의 가족들을 처음 만난 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어머니와 내내 교장선생님 같던 아버지를 만났을 때 관뒀어야 했다. 엄마에게 말하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몇개월 뒤에는 소개팅을 했다. 일주일에 네번씩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몇번 더 만난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만날 때마다 책 얘기와 정치, 경제 얘기를 했다. 그는 헤어지던 날 본인 말에 그냥 동의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나는 토론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와 헤어진 것이었지만, 그건 결혼이라는 울타리를 거부한 것이었다. 나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고 내 일이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동등한 관계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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