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화보다 단순화를 추구해야 하는 이유
내가 바로 완벽주의였다. 그래서 완벽주의인 사람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지 깊이 공감한다. 동시에 완벽주의의 사관을 가진 사람의 마음가짐은 참 이쁘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는 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성취하겠다는 마음가짐은 자신의 인생을 그만큼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완벽주의를 추구할수록 의도했던 바와 다르게 인생이 흘러가는 걸 깨닫게 된다. 나는 매일 아침 그날 할 일을 노트에 적는다. 하루를 정말 알차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적는다. 그러나 하루를 마무리할 때 체크해 보면 절반도 못 끝낼 때가 많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걸까? 『강인함의 힘』에는 이 현상에 대해 정말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원인은 '실제 일의 난이도'와 '자신의 역량'을 잘 파악하지 못해서다. 그러니깐 나는 계획표에 적인 일들을 과소평가했던 것이다. 또한 내가 그 일을 제한된 시간 안에 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단지 하루를 빈틈없이 일로 채우는데만 몰두했다.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여행에서도 완벽주의는 계속되었다. 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일정을 무리하게 넣은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을 신경 쓰느라 순간순간을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 일정이 틀어지기라도 하면 이동 동선을 다시 짜느라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부터 완벽주의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2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세상은 우리가 원하는 데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데로 상황이 전개될 거라고 기대한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사람들은 각자만의 마음속에서 살아가며, 세상은 예기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다. 그래서 완벽주의는 지나치게 기대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는 우리 인간은 기계가 아니라는 점이다.『강인함의 힘』의 저자 스티브 매그니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실제 일의 난이도'와 '예상되는 일의 난이도'의 차이가 클 때 우리의 뇌는 큰 혼란을 겪는다고 말한다. 만약 시험이 쉬울 거라고 자신만만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어렵다면 우리는 이성을 잃기 쉽다. 그리고 우리 뇌는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일을 중단하도록 만든다. 우리가 멘붕을 느낄 때 일을 할 의욕이 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찬가지로 계획을 많이 세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계획을 못 끝낼 거리는 생각이 들면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의욕을 잃는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자신감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일들을 했더라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음날이 되면 보상 심리로 그날 계획에 전날 못한 것까지 일정에 넣는다. 이것이 악순환의 시작이다.
그럼 이런 악순환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 스티브 매그니스는 최대치 기준보다는 최소치의 기준을 높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오늘 달성해야 할 계획 중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을 정하라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역량을 정확이 파악해 한계치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의 일정을 잡는 것이다.
이것의 장점은 달성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준다는 것이다. 자신이 정한 하루 계획을 달성하는 것은 자신감을 심어준다. 이런 자신감은 행동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예를 들면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매일 엄격한 식단을 따르는 것보다는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 것이다. 결국 매 순간 완벽한 결과를 기대하면서 매일 패배감을 맛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