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미래의 나를 위한 작은 배려
어질러진 방에서 무엇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기가 빨리는 느낌이 든다. 에너지가 부족해져 할 일을 자꾸 뒤로 미루게 된다. 반면 머릿속은 눈에 보이지 않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머릿속은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바삐 움직이기만 한다.
우리가 기록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록의 장점은 수도 없이 많다. 이중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은 현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오늘은 기록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삶을 기록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일상생활을 하면서 불쑥불쑥 떠오르는 생각들, 강의를 듣고 나서 떠오른 아이디어,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 정보들. 우리는 이 생각에서 저 생각으로 옮겨 다니며 하루를 보낸다. 이때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우리의 뇌는 쉽게 망각한다는 것이다.
사실 망각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만약 우리가 망각하지 못한다면 과거의 지우고 싶은 기억들이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힐 테니까 말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기록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기록을 해야 하는 이유이지만 기록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정말 많다. 우선 보기 좋게 잘 정리해 놓으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일에 다음에 일을 이어서 할 때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어 뇌가 부담을 덜 느끼도록 도와준다. 가장 중요한 건 기록하는 과정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던 생각이 정리된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발견하며 성장한다.
그런데 나중에 처리하려 했지만 종종 까먹는 일이 발생한다. 그래서 하루 중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다. 나에게는 자기 전 30분이 좋았다. 하루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차분해진다. 숙면에도 도움이 된다.
기록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기록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여행 중 기록을 남기기 위해 영상을 촬영하고, 책을 읽으면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기록한다. 다만 때로는 온전히 그 상황에 푹 빠져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록은 볼 수도 안 볼 수도 있다. 기록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으면 오히려 집중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을 놓칠 수 있다. 우리가 해야 할 건 가장 중요한 몇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럴 필요도 없다.
내가 기록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보았다. 그리고 몇 가지 범주로 분류했다.
프리미어프로, 유튜브, 레시피 / 깨달은 점들, 실패 기록, 실수들, 일기(있었던 일) /식단, 운동기록, 가계부 /서평, /아이디 패스워드 / 비전보드/ 공부해야 할 것, 해야 할 일들, 약속, 기념일, 일정 / 포트폴리오, 자기소개서, 상장, 각종 세금 관련 서류.
나는 매일 저녁마다 이것 모두를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중요 몇 가지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프리미어프로, 유튜브, 레시피 / 깨달은 점들, 실패 기록, 실수들, 일기(있었던 일) /식단, 운동기록, 가계부 /서평, /아이디 패스워드 / 비전보드/ 공부해야 할 것, 해야 할 일들, 약속, 기념일, 일정 / 포트폴리오, 자기소개서, 상장, 각종 세금 관련 서류.
위에 진하게 표시된 부분이 내가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들이다.
유튜브의 경우 각 영상마다 잘한 점은 무엇인지 또 보완할 점은 무엇인지를 적기로 했다. 조회수가 높게 나왔거나 낮게 나왔다면 내가 생각한 그 이유를 짧게나마 적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실패기록이다. 나는 오늘 하루동안 무엇을 했는지 보다 무엇에 실패했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대인들도 매일 저녁 식사시간이 되면 자녀에게 무엇을 실패했는지 물었다고 한다. 실패한 것이 없다는 건 무엇에도 도전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실패를 피하기 위해서 하기 쉬운 일만을 찾지 않는 이상 말이다.
세 번째는 비전 보드다. 우리의 무의식은 원하는 생각과 형상을 마음에 심어주지 않으면 부정적인 감정으로 채워진다. 한가로운 휴일 날 편하게 쉬는데도 마냥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는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사회가 정해준 길, 부모님의 기대, 지레짐작 등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걸 방해한다. 그래서 매일 자신이 무엇을 정말 원하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들이다. 『정리하는 뇌』의 저자 대니얼 레버틴은 말했다. "우리가 두 가지 일을 왔다 갔다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에너지를 대단히 소모시키는 과정이다." 갑자기 불쑥불쑥 떠오르는 생각에 일일이 대응하면 성과 없이 시간만 흐른다. 그래서 나는 메모장에 떠오른 생각을 적어두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경험을 한다. 다만 아이디어로 가득한 수첩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는 숙제다.
내가 2년 전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으로 이제는 브런치 작가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는 것도 글쓰기의 소중함을 깨달아서다. 이렇게 내 생각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은 나에게 에너지를 주고 설레게 만든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