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선 민달팽이 이야기
이대리는 강대리에게 응원한다고, 자리 잘 지키고 있을테니 걱정말고 다녀오라며 위로의 이야기를 건넸다. 강대리는 든든하다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자리를 정리하고 휴직 전 출근일을 마무리했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강대리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컸다. 한정된 인건비 예산 범위 내에서 타이트하게 인력을 운영하다 보니, 이미 모든 실무자들이 1인분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강대리는 그간 내색은 안하고 있었지만 최소 1.7인분은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결국 다른 부서에도 일부 업무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되자 어떤 이들은 대놓고 강대리를 조롱하기도 했다.
“나도 와이프 설득해서 애나 하나 더 낳고 쉴까 보다~ 둘째 낳고 묶었는데 이참에 다시 풀어야겠어 아주”
중학생 아들 2명이 있는 모 부장이 본인 팀에도 업무가 넘어오자 직원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저급한 소리를 하기도 했다.
게다가 정부에서 비정규직 채용은 최소화하라는 방침이 내려져서 대체 인력 충원도 못하는 줄 알았다. 다행히 임원들이 소관부처에 몇 번 출장을 다녀오고 나서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겨우 채용이 되었다.
1년 후, 강대리는 복직했다. 복직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계약직으로 뽑았던 강대리의 육아휴직 대체 인력이 생각보다 일을 너무 잘한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처음에는 떨떠름하게 강대리의 휴직을 비난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잠잠해진지 오래였다.
오히려 강대리의 복직을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강대리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는듯, 출근 후에는 이전처럼 능글능글한 태도보다는 어딘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사람들과 묘하게 거리를 두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두 달 뒤, 강대리는 퇴사를 선언했다. 휴직에 이어 퇴사라고? 많은 사람들은 놀라워했다.
퇴사하고 어디로 가냐는 말에, 강대리는 웃으며 '집으로 간다' 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강대리가 로또가 되었다고, 누군가는 강대리의 와이프가 엄청난 능력자라 강대리가 전업 주부의 삶을 살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대리가 강대리에게 '더 좋은데로 가는거라면, 항상 응원한다. 이제 대리님 덕에 우리 회사에 다른 남자 직원들도 육아휴직 쓸 수 있게 된 것 같다. 대리님은 어디서든 잘 할거다' 라고 말하자, 강대리는 이대리에게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무한테도 말 안했는데...실은, 나 대기업 xx사로 이직해. 육아휴직 기간에도 매일 아이 등원시키고 도서관에 있었고, 이직 준비했어. 그래서, 이제 왕복 2시간 거리의 회사로 갈 수 있게 됐어. 일단 집이 좀 더 가까우니까,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물론, 가서 적응해봐야겠지만 말이야.'
덧붙여서, 이런 말도 했다.
"이대리, 나 이직하는 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주라. 괜히 휴직하고 이직준비했다고 소문나면 다른사람들은 휴직도 마음껏 못할 것 같아서. 각자의 휴직은... 절박할 때 쓰라고 있는거니까. 부탁할게."
걱정말라며, 이대리는 이번에도 강대리를 축복했다.
육아휴직은, 정말로 가정을 잘 지키라고 있는, 어쩌면 정부에서 유일하게 잘하고 있는 정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어 있다면 본인도, 주변 사람들도 힘들게 하는 것만 같아서 씁쓸했다. 결국 이렇게 우수한 인재를 잃게 되는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