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선 민달팽이 이야기
퇴근 시간이 되면, 항상 안절부절하는 팀원이 있었다.
회사의 모든 사람들이 아는 워킹맘 김대리. 김대리는 사내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겼다가, 퇴근시간 이후에는 옆에 앉혀놓고 일하곤 했다.
그 나이 때의 아이 특성상 이유없이 칭얼대며 엄마를 찾을 때면, 이대리는 슬며시 책상에 쟁여뒀던 초콜렛이나 과자를 하나씩 쥐어줬다.
아이는 이대리에게 '세정이모 최고' 라며 매번 웃었고, 김대리는 멋쩍은 얼굴로 이대리에게 항상 고맙다며 인사를 건넸다.
김대리는 이대리가 입사하던 해에 임신을 했다.
임신 후 '먹덧'을 한다며 출근길마다 식빵을 한봉지씩 사오던 김대리는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이대리의 적응을 도왔고, 이대리는 김대리에 의지하며 훗날 김대리가 육아휴직을 하게 되더라도 원망하지 않고 자리를 잘 메꾸겠노라 다짐했다.
김대리가 아기를 처음 낳고 연락한 사람도 이대리였다고 했다. 이대리는 한달음에 달려갔고, 회사사람들 중에서 아기를 제일 먼저 본 사람이 이대리가 되었다.
김대리의 남편은 금융권에 있어서, 새벽같이 출근하지만 퇴근은 빠르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의 등원을 도울 수 없었고, 퇴근 후에는 영업과 각종 잔업을 하느라 아이를 돌볼 수 없다고 했다.
김대리가 아이를 데리고 야근한다는 이야기 때문에 사장까지 나서서 김대리의 '야근 금지'를 지시했다. 그 결과 풍선효과처럼 김대리의 일은 다른 팀원들에게 '배분' 되었고, 김대리를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만 허용되는 야근으로 김대리는 눈칫밥을 먹게 되었다.
그래도 김대리는 특유의 해맑음으로 아이와 출퇴근을 이어갔다. 이대리는 그런 김대리가 늘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김대리가 가장 힘들어하는 때는 아이가 아픈날이었다. 어린이집의 특성상 전염병이 돌면 아이를 퇴소 조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퇴소한 아이를 봐줄 사람이 김대리에게는 없었다. 그런날, 김대리는 반차나 휴가를 쓰고 아이를 데리고 귀가해야했다.
김대리가 맡고있는 프로젝트의 발표회 날 사건이 생겼다. 아이에게 열이나서 퇴소 조치를 해야한다는 연락이 어린이집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김대리는 발을 동동 굴렀다. 이대리는 안쓰러운 마음에 자기가 아이를 찾아와서 잠시 보고 있겠다고 이야기했다.
프로젝트 발표회에 간 김대리를 두고, 이대리는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왔다.
열이 폴폴나서 얼굴이 발간 아이는 꾸벅꾸벅 졸았고, 그런 아이가 안쓰러웠던 이대리는 아이를 잠시 비어있는 책상 위에 눕혀두고 재웠다.
일을 하면서 회의를 가야했던 이대리는 다른 팀원에게 아이를 부탁하고 회의를 갔고, 회의에서 돌아오니 한바탕 난리가 나있었다.
아이가 없어진 것이었다.
다들 일을 하는 사이 깨어난 아이는 엄마를 찾으며 돌아다녔던 것이고, 다른 부서에서 건물에 돌아다니는 아이를 발견한 다른 직원이 이대리의 부서까지 아이를 데려와주었다.
김대리는 처음엔 이대리와 팀원들에게 화를 냈고, 팀 분위기는 극도로 악화되었다.
다른 팀원 하나는 김대리에게 '회사는 일하러 오는 곳이고, 우리가 왜 김대리의 아이를 공동육아하는데 동원되어야 하느냐'며 '호의가 계속되니 권리인줄 안다'며 폐부를 찔렀다.
그날 퇴근한 김대리는 다음날까지 연차를 썼고, 이후에 복귀한 김대리는 아무일 없는듯이 직원들을 대했지만 직원들은 김대리에게 거리를 두었다. 이대리 역시 그날의 불편함을 떠올리며 '세정 이모' 자리를 조금 내려놓게 되었다. 이후에 아이를 마주해도 세정은 초콜렛을 건넸지만, 전처럼 살갑게 놀아줄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