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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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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킵고잉 Jan 03. 2019

숙소 구하기와 남편 구하기의 공통점

여행의 첫 숙소는 미리 구해뒀으나, 그 이후는 모두 현지에서 구할 생각이었다.

막상 현지에 가서 막판 초치기로 숙소를 구하다가 깨달은 것이 있다. 숙소 구하기와 남편 구하기는 매우 유사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마 인생의 많은 선택과 모험들이 이와 비슷할 것이다. 


처음에는 숙소들이 꽤 많았다. 

나의 한정된 재화로 5성급 호텔이나 럭셔리 아파트를 구할 순 없다 쳐도, 그래도 내가 구할 수 있는 훌륭한 Second Best 숙소들은 허다 했다. 그들도 어서 내가 예약해주기를 마구 원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시간이 훌쩍 가버린걸 깨닫고나니, (나는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영국 뱅크할리데이로 관광객들이 넘쳐나면서 바야흐로 스페인의 숙소는 품귀현상을 맞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눈에 불을 켜고, 손에 땀이 나도록 숙소를 찾고 있으나, 좀 괜찮다 싶은 곳은 어김없이 올부킹이다. 저렴하고 괜찮은 숙소는 모두 누군가의 수중으로 사라지고 만 것이다. 마치 괜찮은 남자들처럼.


이런 젠장. 

인연이 해결해줄 리는 만무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휴일이 가까워올수록, 숙소의 공급은 드라마틱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이제야 내가 무시해버린 예전의 숙소들이 사실은 얼마나 훌륭한 곳이었는지 땅을 치고 후회를 하는데, 후회해봐야 말짱 시간낭비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괜찮은 숙소에 들어가는 방법은,
  1) 돈 생각 하지 말고, 그냥 Hyatt에 가거나 
     (하지만 엄청난 투자를 동반한다.)
  2) 시내가 아니라 좀 떨어진 외곽의 숙소를 찾거나

     (말하자면 농촌 총각)

  3) 그도 아니면 그저 그런 숙소에 비싼 값을 주고라도 숙소구하기의 지난한 과정을 서둘러 종결하는 것이다. 

      (대충 정착) 


자, 무슨 숙소를 택하겠는가?
장고 끝에 구한 숙소는 나름대로 명성이 있는 호스텔이었지만, 원치는 않았던 6인실 믹스 도미토리. 생각처럼 나쁘진 않았다. 어차피 낮에는 밖에서 보내고, 밤에만 숙소에서 보내는 것이니,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5성 호텔이나 도미토리나 내 여행의 즐거움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즉, 숙소는 최고급 호텔 아니면 별 차이 없으니 이것 저것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빨리 결정하고 그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여행을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다.

이 부분이 결혼과 숙소구하기의 결정적 차이라고 보여지는데,
아니 근데 설마, 이것까지 비슷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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