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를 거쳐 북으로 올라와 바젤을 거친 후, 다음 목적지로 스위스 베른과 독일 프라이부르크 사이에서 갈등하다 프라이부르크로 결정했다. 마음은 스위스 베른이었지만, 프랑크푸르트에서 출국을 해야겠기 때문에 압도적으로 효율적인 동선을 위해 하루 전날 프라이부르크를 선택했다.
프라이부르크는 거리 곳곳에 흐르는 수로가 인상적인 대학도시로 시원하고 쾌적한 분위기가 있고, 대학도시 특유의 활달함이 매력적인 곳이다.
혼자 식당에서 크레페와 맥주 한잔을 마셔도 어색하지 않은 도시. 한 청년이 어느 삼층집 앞에서 친구의 이름을 크게 부르자, 실시간으로 3층 창밖으로 거리를 내다보는 검은 면티를 입은 청년. 어느 식당 앞에서는 길이 엇갈렸던 연인이 다시 만나 손을 잡고 거리를 걷는다. 혼자 거리를 산책하든 거니는 나에게 자꾸 영화속 한 장면 같은 씬들이 눈에 띈다.
이 도시 사람들의 평균연령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서울이나 런던보다는 훨씬 젊을 것 같은 경쾌함.
나도 다시 대학생이나 원생이나, 아니면 늙은 박사라도 되어 이 도시의 공기속에 섞이고싶은 기분이다.
프라이부르크는 애초에 프랑크푸르트로 넘어가기 위한 도시로 계획되었지만 바젤이 예상외의 도시였던 것처럼 프라이부르크도 예상외의 아름다움이 있는 도시였다.
조금만 시선을 돌려도 이 세상에는 도시와 자연이 대척되지 않고 어울리는 아름다운 곳들이 많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서울을 신봉하고, 서울 밖에는 답이 없는 삶을 산다. 언젠가 한번은 서울의 자기장을 벗어나 프라이부르크 같은 곳에서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