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사는 모습은 어디나 비슷한 것인지,
스위스 바젤에서 기차로 40분 떨어진 조용한 동네 라우펜부르크 (Laufenburg), 이 곳에서 찾아들어간 한 작고 격조있는 호텔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며 울고 있는 한 여자의 사적인 순간에 덜커덩 침입하고 말았다.
그럼 그렇지, 동화처럼 이쁜 동네라고 별 수 있겠나. 사랑과 이별, 갈등, 생로병사의 아픔 앞에서는 누구도 속수무책이다. 소주든, 와인이든 한잔 앞에 두고, 담배를 피우면서 남들이 보지 않을 때 눈물을 쓱쓱 닦는 수밖에.
그나저나 라우펜부르크는 의문 투성이었다.
바젤 인근의 아름다운 동네라는 어떤 네티즌의 찬사에 와봤다가 핵실망한 참이다. 대체 누가 이 동네를 별다섯개라 칭한거지? 처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그렇게 아름답다는 도시를 왜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며, 왜 여행책자에도 소개되지 않은 곳인지 말이다. 나에게는 스릴러의 배경에나 어울림직한 유령의 마을이었다. 제일 무서운 것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_-;;;
바젤에서 동쪽으로 40분 정도 이런 길을 달리다보면
어딘가 음산한 간이 기차역에 도착한다.
인적이 전혀 없는 어여쁜 거리를 혼자 걷다보면
아무도 없는 적막한 강변과,
점심 시간에도 굳게 문을 닫은 식당을 만난다.
골목에서 처음 만난 꼬마녀석이 반가웠지만, 수상하게 거리를 좌우로 살피더니 다시 집으로 쏙 들어가버리고,
기척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니 자전거를 타던 누군가도 후다닥 들어가버린다.
도대체 이 도시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왠지 나도 이 거리에 있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길 가다 만난 병원도 문을 굳게 닫고 있다.
(점심시간이 두시간이면 대체 직장인은 언제 병원에 가나요??)
식당을 찾다 찾다 문을 연 한 호텔을 발견했을 땐 뛸듯이 기뻤다. 배도 고팠지만 사람,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저 멀리 테라스에 앉아있는 한 여자의 뒷모습. 아아, 나는 그녀의 여행 친구가 될 수 있으리. 그리고 다가갔을 때 그녀는 울고 있었던 것이다........ㅠㅠ
더이상 이 도시에 남아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어. 반 폐쇄된 기차역에서 두 시간도 넘게 기다렸다가 바젤로 돌아오는 기차에 몸을 실었을 때의 안도감이란.
울고 있는 여자 외에는 아무도 만나지 못했고, 텅빈 거리 외에는 아무 것도 보지 못했던 의문의 마을, 라우펜부르크. 아마 그곳은 스위스의 화성군 같은 곳 아니었을까.
라우펜부르크,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