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을 떠나는데 일말의 아쉬움이 없다.
기대했던 뜨거움과 여유, 삶을 즐기는 자세 같은 것은 하등 볼 수 없었다. 일주, 이주동안 여행하고 그 나라를 본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어느 외국인이 내 고향 강릉을 2주동안 여행했다 해도 어느 봄밤에 들리던 조용한 파도소리, 해외토픽에 나오는 목욕탕을 방불케하는 여름바다, 쓸쓸한 가을의 모래사장, 눈 내리는 겨울바다를 알 턱이 없다. 그저 한 순간을 보고 느끼고 갈 뿐.
소매치기 안 당하고 편히 스페인을 떠나는 것 정도에 만족해야겠다.
그 누가 일생에 한번은 스페인을 만나라고 했나. 그 누가 스페인 너는 자유다 라고 외쳤나.
바르셀로나에서는 렌트한 아파트에서 한국애들과 어울렸고, 내가 만난 현지인은 식당 아저씨나 호텔 종업원이 전부였다. 스페인에 이주 있으며 세비야, 론다, 네르하, 그라나다, 바르셀로나를 훓었지만,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휩싸였다. 스페인에서 만난 사람은 스패니쉬를 뺀 전세계 사람들이었다.
나는 계획보다 일찍 스위스로 이동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