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의 탐크루즈를 기억하는가.
미션 임파서블이 아니라 탑건 시절의 그 말이다.
공군 잠바를 입고, 썬글라스를 끼고 오토바이를 몰던.
그리고 그보다 더 아찔했던 그의 미소.
워낙 어릴 때 봐서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탐과 그의 교관이던 켈리의 러브라인을 보며, 사랑이란 필히 그런 모습일 거라고 내내 두근거렸다.
아아, 정말이지 사이언톨로지도 모르던 그때 그 시절의 탐은 날 것 그대로 싱싱하고 거칠고 아름다운 남자였다. 군인들만 우글우글한 클럽에서 노래로 우연히 꼬신 금발의 여자, 그리고 며칠후 자신의 교관으로 나타난 그녀. 설정 한번 진부하지만 그보다 말초적이고 흥미로운 스토리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석양이 붉게 지는 어느 도로를 켈리를 오토바이 뒷자리에 태우고 부앙~~~ 달리는 그 씬과 그때 흘러나오는 노래.
텍마브레떠웨~~~에에에~~~ 에에에~~ 에에에~~~
그 장면은 학창시절 내내 내 필통에 붙여져 있었더랬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아이돌에 열광할때 난 은근히 영화 속 주인공에 빠진 스스로의 고급취향(!)에 으쓱해하곤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다른 이야기.
십 몇년이 흐른 후, 난 알프스 Tignes라는 꽤 멋진 스키 리조트에 있었다.
그 아이의 이름을 탑건에서처럼 매버릭이라고 하자.
미국에서 영국 남자가 관심의 대상이듯, 영국에서는 미국 남자가 관심을 끈다. 하지만 나에겐 영국남자나 미국남자나 그냥 무서운 외국남자일 뿐이었다. 캠퍼스에서 오며가며 본 매버릭은 그냥 건들건들한, 그러면서도 조금은 귀여워 보이는 아이였다.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우연히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가 그와 하게 된 디스커션에서였다.
안되는 영어를 더듬거리며 토론을 하던 나에게 Dirty blonde 머리카락이 흩어져 있던 그의 이마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흩어져있던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던 그의 눈이 파란... 아니 회색 빛이었던가.
눈을 동그랗게 뜬 그 아이의 깊은 눈에 빨려들어가는 줄 알았던 그 날 이후로 아, 이 아이 눈은 참 신비롭고 아름답구나 하고 생각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