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밴쿠버가 아니라 조프리레이크에서
굿모닝~
저는 지금 밴쿠버에서 북쪽으로 약 3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3개의 호수로 유명한 조프리 레이크에 와있습니다.
밴쿠버에서 한 달이나 있었는데 록키를 못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다! 라는 질책이 있었기에 록키 트레킹을 생각해보았지만, 시간이 별로 없어서 (한 달이나 있었는데...왜 아직도 나는 시간빈곤에 허덕이는가..) 그러면 가까운 곳으로라도 가보자, 해서 조프리 레이크에 다녀왔습니다.
Joffre Lake / 조프리 레이크
조프리 레이크는 등산을 하면서 3개의 호수를 감상하는 하이킹 코스인데요. 하이킹 초반에 나오는 첫번째 호수를 지나, 1시간 - 1시간 반정도 등반을 하면 나오는 에머랄드빛 Middle lake, 그리고 거기서 약 이삼십분 더 올라가서 Upper lake까지 다녀오는 하이킹 코스입니다.
입장권 (Day pass)가 필요하다고 해서 준비를 단단히 했습니다.
2일 전 아침 7시부터 예약을 할 수 있다기에 알람을 잔뜩 맞춰두고 2일전 아침 6시 55분부터 대기하고 있다가 광클 예약에 성공! 후후 (궁금해서 7시 10분 정도에 다시 들어가보니 그때도 예약이 되더라구요? 괜히 너무 오바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 조프리 호수 Day pass 신청은 여기
인터넷에 보니 등산화를 신어야한다, 간식이나 물을 준비해라, 더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은 신라면까지 챙겨서 올라가신 분들도 계시던데요. 우리가 누굽니까. 전국민이 한두번쯤은 모두 등산을 해보고, 중년이상은 아웃도어 등산복이 일상복인 산악인이 아닙니까.
간식, 물을 사려고 했지만 어~ 어어~ 하다보니 어느새 와이파이도 전화도 안터지는 조프리레이크 초입에 다다르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올라가자! 하고 올라갔습니다. 초입의 설명에 따르면 왕복 4시간에서 6시간 걸린다고 되어있는데요, 먹을 것이 없는 저는 운동화 신고 맨손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왔더니 3시간이 지나있더라구요. 늦어도 4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고, 5월말이니 날씨가 풀려서 길 자체가 쉬워서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땀은 꽤 났는데요, 그래도 바람이 선선하다보니 상쾌한 등정이었습니다. 물론 올라가는 길에 낭떠러지 같은 구역도 몇 번 있어서 호달달 무서운 구간도 있었습니다.
당황스러운 것은 전국 어딜 가도 전화가 빵빵 터지는 한국과 달리, 조프리는 도착하자마자 모든 시그널이 꺼졌습니다. 비상시 Emergency 전화번호가 있길래, 거기서 일하는 직원에게 조난당하면 Emergency에 어떻게 연락을 하냐고 물었더니, 등산 전 주차장에 있는 Emergency 전화부스를 이용하래요.
아니 산에서 조난 당했는데, 주차장까지 하산한 후에 전화부스 와서요...? 라고 묻고싶었지만, 모 그렇다니깐 패스. 등산도 하산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자고 다짐하면서, 조심조심 산행을 했습니다. 그런데 가다보니까 아기 안고 올라가는 애기 아빠, 설렁 설렁 내려오고 있는 어린이, 나이 많으신 노부부... 괜히 걱정했나 싶더라구요. (그래도 좀 후달리는 구간이 있습니다)
Middle Lake
첫번재 호수는 금방 나오고요. 중간에 있는 두번째 호수 가기가 힘듭니다. 도착해서 헉헉대며 그 풍광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어요. 여기는 유명한 포토 스팟이 있습니다. 긴 나무가 에머랄드빛 호수를 가로질러 떠있는 여기입니다.
이 나무를 따라서 호수 안으로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 것이 관행인데요, 일테면 이런 식.
저도 한 장 겨우겨우 찍고 나왔어요. 수영장에서 빠져죽을뻔한 경험 때문인지, 혹시라도 물에 빠질까봐 온갖 신경을 곤두세워서 살짝 사진만 찍고 나왔지요. 쉬고있자니 땀이 식으면서 갑자기 확 추워졌습니다.
제 뒤에 있던 한 외국인 청년이 사진을 찍으러 나섰습니다. 그 나무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라구요. 너 그러다 빠진다~~ 하고 있었는데 중간에 이 청년이 윗도리를 벗더라구요? 그래서 이그... 하여간 설정샷은... ㅋㅋ 하고 있었는데 이 청년이 그냥 계속 계속 호수쪽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어어.. 야,, 야야.... 하고 있었는데요,
와!!!
갑자기 물 속으로 점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냅다 뛰어들더라구요.
그리고는 뭐 진짜 개구리처럼 잠수하고 수영하고.. 어우야.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에 저는 조프리 레이크에 감탄한 것만큼이나 그 청년에게 감탄합니다. 다시 한번 입영을 배우고야 말겠다고 결심했죠. 밴쿠버 카페에서 라이프가드 분의 충고처럼, 아령 들고 물에 떠있을 때까지, 짜장면 먹으며 물에 떠있을 때까지 입영연습을 하겠습니다.
Upper lake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짧았어요. 금방 제일 위 호수까지 올라갔고, 5월말 기준 호수의 얼음을 모두 녹아있었습니다. 아름다웠고, 인간의 손길이 닿지않는 대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일었습니다. 록키는 못갔지만... 조프리는 아름다웠다!
다만 스위스 알프스 트래킹을 해봐서인지 처음 보는 감동의 쓰나미에 허우적대지는 않았는데요, 록키는 또 어떨까 궁금합니다. 알프스 vs 록키, 록키 vs 알프스, 당신의 선택은? 저는 다시 밴쿠버에 돌아와야할 이유가 있습니다. ^^
이제 저는 퇴직금 탕진을 위해 휘슬러 페어몬트 호텔로 갑니다.
안녕, 조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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