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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피스N Feb 23. 2018

"휘바휘바", 핀란드에서 온 안나씨의 한국 기업 적응기

굿피플 : 펜타시큐리티시스템/안나 아미노프/에디터

점잖게 생겼는데, 되게 돌아이 짓을 많이 한다.
굿피플 헌터가 자주 듣는 말이다. 조용하게 생겨서 뜬금없이 돌아이 짓을 (많이, 그것도 자주) 한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은 누구나 이면적인 모습을 지닌다. 그때 우린 이렇게 말한다.

“안 그렇게 생겼는데”.
 

현재 암호화 플랫폼 및 웹보안 전문기업 펜타시큐리티에 재직 중인 안나 아미노프 에디터는, 이면의 끝판왕이다. (본인의 말을 빌려서)우선 한국말을 못하게 생겼는데, 잘한다. 그것도 엄청 잘한다. 그리고 학창시절에는 공부를 못하게 생겼는데, 잘했고, 국제학을 전공했는데 현재는 IT 회사에 근무 중이다. 이처럼 그녀는 항상 사람의 기대와는 다른 모습과 길을 선택한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가 가장 잘 어울리는 그녀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한다.

그럼 우리 한국에 오게 된 스토리부터 들어볼까?

2010년. 내가 한국을 처음 밟은 해야. 고모 집이 홈스테이를 했는데, 그때 한국 교환학생이 잠깐 거주했어. 나 역시 교환학생을 생각 중이었는데, 그 친구랑 친해지면서 한국을 선택하게 된 거야. 그렇게 1년간 한국 고등학교를 경험했어. 그때의 좋은 시간이 나를 연세대학교 국제학 전공으로 입학하게 했어. (웃음)

졸업 시즌이 다가오면서, 나는 취업 준비를 시작했어. 국제학 전공에 정치학을 부전공했지만, 최대한 여러 선택권을 가지려고 했어. 아무래도 외국인이다 보니, 한국 기업의 취직은 쉽지 않거든. 여러 회사를 알아보다가, 외국 인재에 관심 있다는 펜타시큐리티에 지원했어.


다시 핀란드로 돌아갈 수 있었음에도,
왜 한국에서 취업하려고 한 거야?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경험해보고 싶었어. 그리고 대학교까지 졸업했는데, 학생으로만 끝내면 뭔가 아쉬울 거 같은 거야. 그래서 현재까지 한국 사회의 다양한 면을 직접 경험하는 중이야. (웃음)


채용 과정에서 ‘아, 이 회사에 입사하고 싶다’라는
결정적 포인트가 있었어?

면접관분들이 정말 좋았어. 1차 면접을 전무님과 마케팅 2팀의 팀장님께서 진행하셨는데,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고 하셨어. 외국이라는 점을 떠나서 말이야. 사실 대기업 인터뷰처럼 딱딱하고 가식적인 분위기이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나를 정말 편하게 대해주셨어.

그래서 나 역시도 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거 같아. 이런 분위기 덕분에 나는 기분 좋은 긴장감을 가지면서 면접을 끝냈어.


그럼 회사에서는 ‘아, 이 사람을 채용해야겠다’라는
포인트가 있었대?

2차 면접 때, 지금 내가 속한 콘텐츠 팀의 팀장님을 만났어. 애초에는 마케팅팀을 지원했는데, 1차 때 전무님이 나를 보시고, 콘텐츠 팀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셨대. 그래서 팀장님께 적극 추천하셔서, 입사하게 됐어. (웃음)


맞아. 면접 과정에서 팀이 바뀌는 경우가 있어.
그렇게 입사한 회사에서 현재 어떤 일을 해?

나는 콘텐츠 팀에서 글로벌 에디터로 활동해. 회사의 서비스나 이야기를 영문 콘텐츠로 제작해서 글로벌 적으로 알리는 일이야. 더불어 해외 파트너와의 미팅에 쓰이는 자료를 영문으로 번역해서 제작하는 일도 맡아.


이런 일을 하면서 어떤 점을 가장 중요시해?

최근에 펜타시큐리티의 온라인 IT 매체를 론칭했어. 이곳에 내가 제작한 콘텐츠를 올리는데, 퀄리티를 가장 중요시해. 한국에 살면서 여러 번역본을 봤어. 그때마다 오타나 문법적인 부분에서 취약점이 많은 게 항상 아쉬웠어. 사소한 것이라도 디테일은 전체 퀄리티와 굉장히 밀접해.

그래서 나의 콘텐츠를 봤을 때는 이런 생각이 들지 않도록 작업에 신경 써.

듣기로는 회사에서 또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던데.

아~ (웃음) 회사에 여러 외국인 임직원이 속해 있어. 올해부터 WAF (We Are Foreigners)라는 외국인 커뮤니티 모임을 시작했는데, 거기서 리더의 역할을 맡아. 대부분 업무에서는 영어를 사용하지만, 한국 구성원으로 채워졌기에 서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해. 이에 대한 필요성을 인사팀에서도 전달해주셨고. 그래서 주마 다 함께 점심 먹으면서 한국어로만 대화해. 일반 회사에서 진행하는 영어 스터디 모임과 같아.

WAF 멤버에게 한마디 한다면?

함께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자! (웃음)

WAF의 리더처럼, 일에서도 리더가 되어야 겠지?
현재 성장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

회사에 근무하는 하루하루가 성장으로 이어져. 일 적으로도, 언어적으로도. 우선 에디터의 감각을 쌓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써봐야 해. 나는 IT 콘텐츠를 제작하기에, 출근하면 관련 기사를 보면서 업무를 시작해. 여기서 트렌드를 파악하고, 어떤 기사가 사람의 흥미를 이끄는지 알아가. 주로 해외 기사를 보고, 팀 회의에서 국내와 비교하는 시간을 가져.

또한 기사에서 얻은 정보로 우리 회사는 어떤 포지션으로 활동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이 과정을 밟아가면서 이뤄낸 작업 중에 가장 만족하는 작업물이 있다면?

앞서 말한 온라인 IT 매체의 웹 사이트를 내가 제작했어. 당시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야. 어릴 때 홈페이지를 제작해보긴 했지만, 그 이후로는 경험이 없었어. 앞이 깜깜했지. (웃음) 하지만 일단 부딪혀 봤어. 웹 사이트 개발, 워드프로세서 설치, 코딩 등을 인터넷으로 배워가면서 엄청 공부했어. 덕분에 정말 많이 배웠어. 다행히 팀장님께서도 결과물을 만족하셔서 뿌듯했지. 아직도 이 사이트를 보면, 내가 어떻게 만들었지? 라는 생각이 들어. (웃음)

대단하다. 에디터로 입사해서 사이트를 제작하다니.
그럼 반대로 자신을 성장하게 한 실패사례가 있다면?    

나는 IT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로 입사했어. 이에 대해 공부를 해본 적도 없고, 마케팅팀을 지원했었으니까. 그래서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어. 이렇다 보니, 작성한 기사에서도 부족한 디테일이 드러났어. 팀장님께서도 전체적으로 설명이 부족하다는 피드백을 받았고. 그때부터 기본적인 기술 공부와 설명 방식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

본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디테일이 떨어질 때는, 스트레스를 받을 거 같아.
이때는 어떻게 해소해?    

두 가지가 있어. 평일에는 헬스장에서 웨이트를 해. 특히 스트레스가 심한 날에는 무게를 올려서 빡세게 하지. (웃음) 그리고 주말에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을 가. 내가 살았던 핀란드는 자연과 친한 나라야. 심지어 사람보다 나무가 많다고 할 정도니까. 이게 그리울 때가 있어. 그래서 친구들과 외지로 나가서 펜션을 잡고 시간을 보내. 최근 황금 휴가 때는 자전거 타고 충주에 갔어.


조용하지는 않지만, 연남동 센트럴파크나 서울숲을 추천해.
이런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깨달은 본인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해?

통찰력이 강한 편이야. 앞서도 말했듯이, 대학교에서 리포트 주제도 색다른 것을 선택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어. 현재는 다양한 IT 뉴스를 볼 때, 필요한 것을 빠르게 캐치해. 이처럼 불필요한 것을 걸러내고, 중요 포인트를 찾는 것에 강해. 이는 나만의 색깔이 뚜렷하다고도 할 수 있어.

이렇게 찾은 포인트로 일을 진행하려면, 다른 구성원과의 소통을 거쳐야 해.
일에 있어서는 어떻게 소통하는 편이야?

나는 말 하나에 의미를 두려고 해. 그리고 돌려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군더더기를 빼고 명확하게 말하고자 하는 내용만 전달해. 상대도 내게 이렇게 소통했으면 하고.

그리고 아직은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서, 소통이 어려울 때가 있어. 그때는 다시 설명해달라고 해. 상대방에게 미안하고, 민망하지만 이해할 때까지 물어보는 게 답인 거 같아.

그럼 설득할 때는 어떻게 소통해?

목소리의 톤과 눈빛에 신경 써. 당당하고 믿음 가게 말하면 설득이 잘 이뤄지는 거 같아.


근데 진짜 한국말 잘 한다. 인터뷰하면서 계속 깜짝 놀래.

회사에서 일하면서 정말 많이 늘었어. (웃음)


이렇게 한국말을 잘하지만,
외국인 직원으로서 생활하면서 겪은 편견은 없어?

방금 내게 질문한 것처럼, 생각보다 한국말을 잘한다고 놀래셔. 특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항상 이 이야기를 들어. (웃음) 이해는 하지만, 외부에서는 불편할 때가 있어. 내가 앞에 있음에도 한국말을 못하는 줄 알고, 나에 대해서 말할 때가 있거든.


그분들께 한 마디.

무슨 말 하는지 알아요~~ 외국 사람이 당연히 한국말 못 한다는 생각을 가지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이제부터 그런 일은 없길 바래. 이렇게 성장하고 일하는 이유 중 하나는 보상이라고 봐.
개인적으로 보상의 정의를 내린다면?

나는 구성원에 대한 존중이 회사의 보상이라고 생각해. 이를 스스로가 느껴야 행복한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어. 이게 월급이나 복지로 이어지는 거고.


WAF리더로서 회사에 바라는 복지는 없어?

지금도 충분히 지원해주셔. 주마다 점심 먹을 때, 식사비를 지원받아. 그리고 한국인 임직원 중, 한 분을 게스트로 초대해. 함께 식사하면서 원어민 발음도 듣고, 유행어를 배워. (웃음) 그리고 이를 계기로 친해질 수 있어서 정말 좋아.

이렇게 좋은 회사에서 앞으로 어떤 에디터가 되고 싶어?

나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어. 대학교 때, 리포트를 많이 작성했어. 그때마다 주제를 직접 선택했는데, 항상 기존에 관심 보이지 않는 것을 선택했어.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어떻게 이걸 선택했지, 전혀 생각 못 했다는 말을 들었어. 그리고 그들을 이에 관심 두게 했지. 이에 대한 효과를 에디터라는 직무에서도 계속 이루고 싶어.


그럼 개인 삶에서는 어떤 비전을 둬?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 삶에 만족해야 해. 이에 대한 목표를 너무 높게 잡지 않고, 현재의 포지션이나 삶에 만족하는 마인드를 계속 가져가고 싶어. 10년 후를 바라보기보다는 현재의 만족하는 삶이 진짜 행복한 삶이 아닐까?


끝으로 한국 기업에 취업하길 꿈꾸는 외국인분들이 가져야 할 것이 있다면 말해줘.

한국어 공부는 필수야. 물론 완벽하기는 어렵지만, 실력에 따라서 회사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져. 그리고 사내 생활도 훨씬 편해지고. 채용 과정에서는 한국어를 안 해도 된다고 할지언정, 입사하면 한국 사람들과 생활해. 이를 믿고, 공부를 안 하면 생활이 답답하고 외로움만 커질 거야. 일은 영어로 하더라도, 사내 생활은 한국어를 쓰도록 공부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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