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릴 적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다. 아니, 좋아했다기보단 내 마음을 전할 수단을 찾다 보니 좋아하게 된 경우다. 언젠가부터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게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나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는 거다,라는 판단이 선 이후로는 말 한마디 거는 것조차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무작정 적기 시작했다. 어딘가에 나의 감정들을 풀어놓을 곳이 간절하게 필요했다.
그렇게 한 줄 두줄 써내려 가다 보니까 조금 더 정제된 표현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적고자 하는 내용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말을 빠르고 조리 있게 잘할 자신이 없어서 그냥 느림의 미학이 있는 글을 즐기기로 했다.
중학생 때부터는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기존에 있던 노래의 MR을 틀고 맞춰지지도 않는 단어들을 욱여넣으며 만족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면서 남들에게 보이기는 부끄러웠는지, 모두가 자는 밤에 이어폰을 꽃고선 누가 뒤척거리기만 해도 노트를 숨기는 겁쟁이의 모습이 있었던 날들이 생각이 난다.
그렇게 글을 이것저것 잡다하게 쓰다 보니 점점 글을 쓰는 플랫폼의 단위가 늘어났다. 처음엔 단순히 내 감정표현용으로 사용됐다면 그 이후엔 가사도 적고, 시도 썼다가 에세이도 썼다가, 혼자 메모장에만 적던 글들은 블로그로 옮겨가서 나를 모르는 사람들과도 소통하게 됐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는 친구랑 실컷 싸우고 나서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세장 이상의 편지로 화해했던 기억도 있다. 가장 재미를 느꼈을 때는 교내 백일장 1등 했을 때 정도.
그래서 난 사람들이 글쓰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은 어디에나 있고 정답과 틀림이 존재하지 않기에 '답'을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그랬듯이 감정을 풀어내도 좋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낙엽을 보고 아무 말이나 적어도 그건 시가 된다. 글은 내 생각을 가장 부담 없이 내어 보일 수 있는 좋은 도구라고 생각한다.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 그냥 흘러가는 생각을 붙잡고 싶을 때, 아니면 단순히 노래가 좋아서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아무도 그런 이유들을 가지고 당신의 글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글이 주는 힘은 꽤 강하다. 그리고 정리가 되어가면 되어갈수록 그 힘은 점점 더 커진다. 흔히 서점에서 책을 사서 읽고 자신감을 얻어 세상 밖으로 나오는 도전을 하는 우울증 환자분들을 보고 있자면 그 힘은 이루 표현할 수 없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그리고 나의 글도 그 정도의 힘을 지녔으면 좋겠다. 또한 이 글을 읽게 되는 당신의 글도 충분히 나보다 더 강한 힘을 지녔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선 적어봤으면 한다. 적고 또 적어서 당신만의 넓은 세상을 구축해 나갔으면 한다.
글쓰기는 어려운 게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