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 사랑은 더 잊혀져가고,

이희상 - 애열

by STONE

2021년 12월 20일에 발표된 이희상의 [WHOEVER] 앨범의 3번 트랙이자 타이틀곡, [애열]이라는 곡을 들고 와봤다. '애열'이라는 단어 자체가 조금 생소할 수 있을 텐데, 곡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사전에 나와있는 뜻을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애열]

1. 사랑하고 기뻐함.

2. 슬퍼서 목이 멤. 또는 그렇게 욺.


이렇게 상반되는 두 가지의 뜻이 있는데, 이 곡의 흐름은 1에서 2로 흘러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랄까, 완전히 2번의 뜻으로 마무리되기보단 2번으로 향하는 1.6 정도의 감정에서 마무리되는 느낌이랄까.


이 곡을 처음 들은 건 아마 작년 여름이었을 거다. 한 6월의 중순쯤. 그 당시의 나는 심신이 정말 지칠 대로 지쳐서 기숙사 방에 대충 걸터앉아 노트북으로 유튜브에 인디음악 플레이리스트를 한창 찾아 듣는 것이 하루의 낙이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늘 그렇듯 '이 노래 제목 무조건 알아야 한다'라는 느낌이 확 와서 타임라인을 확인하고 찾아낸 노래다.


그래도 아직 밤공기는 적당했던 6월과 그때의 내 감정선이 이 곡과 너무 잘 맞아떨어졌다. 분명히 겨울에 발매된 노래라 여름보단 겨울에 더 잘 어울리는 노래긴 하겠지만 이 곡의 멜로디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서정적인 가사와 절제된 감정선, 말해주듯이 부르는 보컬과 뒤로 깔리는 미처 정리되지 못한 감정이 섞인 화음까지. 이 모든 요소가 내 귀에, 그리고 내 마음에 그대로 박혔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댓글창에 가수가 직접 단 댓글이 있다. "고등학교 졸업앨범이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만든 곡" 대강 이런 느낌의 댓글이 달려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뮤직비디오로 이 노래를 접한다면 흔한 고등학생들의 이별사유인 "졸업"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만의 풋풋함과 그 안의 설렘들이 가득 녹아져 있는 뮤직비디오이기에 한번 꼭 보기를 추천한다.


뮤직비디오는 그런 내용이고, 가사는 일반적인 사랑이야기이다. 단지 이별을 맞는 과정에서 나오는 한탄 섞인 감정들이 더 돋보이는 가사뿐이다. "떠내려가네 내 사랑, 내 곁에 있어줘." "그대가 사라져도 기억할 거야 우리만이 모든 게 잊혀진대도"와 같이 떠나가는 사랑에 대한 미련과 그런 감정들이 싫지 않고, 상대방과 보낸 시간들은 우리만이 아는 이야기이기에 모든 것이 잊힌대도 그대를 기억하겠다는 말들이 꽤나 로맨틱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나는 가사 한줄한줄보다도 전반적인 흐름이 가장 눈에 잘 읽히고 가수의 감정이 잘 보였다. 곡의 초반에는 "네 곁에 있으면 언제나 환상 같아, 걱정하지 마 우린 영원할 거잖아." "혹시나 서로가 미워진대도 사라지지 마. 네 옆에 앉으면 언제나 사랑이야." 라며 연인 간의 설렘을 고백하다가 바로 다음줄에서 "결국 우린 변하고야 말겠지, 금세 사랑은 더 잊혀져가고" 라며 한없이 작아지는 미래시점에서의 걱정을 이야기한다.


그러다가 문득 결심한 듯이 본인의 곁에 있어달라고, 나는 네가 사라져도 널 기억할 거라며 이야기한다. 여기서 정말 고등학생들이 학원 끝나고 둘이 집 앞 공원 그네에 앉아 이야기하는 모습이 떠올라서 설렘과 풋풋한 감정이 동시에 생겼다. 물론 난 고등학교 시절에 이런 경험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어떤 느낌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엄청 설레고 그러지 않을까. 아니다, 그냥 설렘 그 자체가 될 것 같다.


혹시나 인디음악을 좋아한다면 이 음악을 꼭 한번 들어보길 바란다. 그리고 이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본인이 지금 연애 중인데 권태기가 왔다거나,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 맞나 싶을 때 한번 들어보면 어떨까. 사랑은 안 해봤지만 아마 도움이 조금은 되지 않을까 싶다. 다들 삶에서 미련 넘치게, 애열하는 사랑을 해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만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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