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가장 잘 써지는 시간대는 언제일까? 난 단 한 줌의 고민도 없이 '밤'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어두운 새벽이랑은 조금 다른 느낌으로 나는 밤을 좋아한다. 흔히들 '새벽 감성'이라며 새벽에 더 글이 잘 나오지 않냐고 질문하지만, 나는 동의할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만큼은 절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동안 수도 없이 많은 글들을 써오면서 글을 가장 많이 썼던 시간대는 새벽이 확실하다. 하지만 그 글들이 좋은 글이었나?라고 되묻는다면 쉽사리 대답하기 어렵다. 오히려 좋은 글들은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밤에 더 많이 나오는 경향이 있다. 이건 오로지 내 경험에 의거한 것이니 아니라고 비난하지 않아주었으면 한다.
나는 다양한 곳에 글을 적어봤다. 무지 공책, 줄공책, 원고지 등 손글씨부터 시작해서 핸드폰 메모장, 컴퓨터 메모장 등 타이핑을 지나 인스타그램 계정이나 블로그 등의 글을 쓰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까지 하나하나 다 찾아서 글을 적어왔었다. 그렇기에 지금과 같이 브런치스토리에서 작가활동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아마 지금까지 적어온 글의 수를 대강 예측해 보자면 600개는 우습게 넘어갈 것이다. 블로그를 두 번이나 갈아엎을 동안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내 글의 수들은 세기도 힘들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나는 원래 새벽에 글이 더 잘 써진다며 밤늦게까지 핸드폰을 붙잡고 있고는 했었는데, 물론 좋은 글들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8할 이상은 감정에 휘둘려 아무렇게나 휘갈겨 다음날 아침에 읽기도 낯부끄러워질 정도의 글들이었다.
왜인지 모르게 새벽은 나의 감정을 가장 조절하기 힘든 시간대인 것 같다. 과거에도 항상 새벽에 내가 공유한 글들에 상처받은 누군가와 문제가 생겨 쓸데없는 감정소비를 했던 적이 몇 번 있었기에 지금은 내가 먼저 글을 쓰고 올리기 전에 생각을 서너 번은 더 하고 이성적으로 괜찮다는 판단이 선 후에 업로드를 하고 있다. 아마 그때 이 생각들을 알았다면 불필요한 감정소모 없이 대화로 좋게 좋게 잘 풀었을 텐데, 그건 좀 아쉽다.
그래서 이제는 새벽에 글을 쓰고 싶다면 우선 스스로의 감정부터 돌아보고는 한다. '지금 내가 어떤 감정으로 글을 쓰고 싶은 걸까? 이 감정이 만약 부정적이라면 메모지에만 적어두자, 그래야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부정적인 기운을 옮기지 않을 수 있으니까 스스로 정리가 다 되고 나서 해프닝 정도로 적을 수 있을 때쯤 이 이야기를 정제해 적어보자.'라는 생각을 하고 메모지에만 적어두고는 한다. 새벽에 드는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내가 의도했던 방향과는 전혀 다른 쪽의 글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새벽의 감성을 낮에 가져오긴 힘들다. 햇살을 받고 바깥활동을 해서 그런가, 기분도 나쁠 때보단 좋을 때가 훨씬 많기도 하고 말이다. 사용하는 단어나 어휘의 차이도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글은 내 기분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매체이기에, 낮의 기분을 새벽에 느끼기에 쉽지 않듯이 새벽의 기분을 낮에 꺼내본다 한들 같은 사람이 아닌 것처럼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 부분들을 중간에서 밤이 채워주는 것 같다.
밤은 새벽보다는 이성적인 생각이 가능하고, 낮보다는 새벽의 감성을 이해해 주기 좋은 부모님 같은 시간대라고 생각한다. 어떤 시간대의 생각이든 모두 품어줄 수 있으면서 편안한 시간대니까 말이다. 그래서 보통 친구들한테 글을 잘 썼다는 칭찬을 들을 때면 그 글을 쓴 시간대를 생각해 본다. 보통 밤에 쓴 글들에 친구들도 공감을 많이 하고는 했다. 너무 과하지 않은 표현을 사용하면서 적절한 감정의 분출까지 이뤄낸 글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나는 글을 이렇게 쓰고는 한다. 밤이 각자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나에게만큼은 가장 건강한 영감을 물어다 주는 시간대라서 정말 소중하고 길게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이다. 당신의 밤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