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편지를 적어본 기억이 손에 꼽는다.
어버이날에 학교에서 적은 꼬깃한 편지,
대학 과제로 적어 낸 무미건조한 편지,
이 이상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긴 연애 한 번도 안 해본 내가 누구한테 편지를 적겠나.
근데 그런 내가 네게 편지를 쓰고 있다.
네가 편지를 좋아한다고 말해줬던 그날부터
너를 만나는 날을 생각하며 편지를 쓴다.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두장이고 세장이고 편지를 적어낸다.
네게 편지를 적어 줄 때는,
내가 가장 아끼는 편지지에, 혹은 엽서에.
그리고 가장 아끼는 엽서나 메모지, 혹은 스티커들을
한데 모아 동봉하고는 한다.
미감도 없는 내가 네게 줄 편지지를 정성을 들여 꾸민다.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고, 그림을 그리고, 스티커들을 조합해 붙여본다.
편지를 적을 때마다 느낀다.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음을.
내가 네게 사랑을 말하는 방식은
편지에 담긴 예쁜 말들이 아니라
그런 말들과 함께 내 소중한 것을 내어줄 수 있는,
그런 것들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고
마구 담아주며 더 줄 것이 없는지 찾아내는,
이런 마음들이었다.
네가 나의 마음들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모른다.
어떻게 보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사랑은 온전히 전달됐으면 한다.
나는 너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