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마을 가마쿠라에서는 서핑을 할 수 있지요.
가마쿠라에는 서핑을 즐길 수 있는 바다가 있다.
쇼난 해변에는 주말 서핑을 즐기러 온 일본 서퍼들을 만날 수 있다.
서핑을 취미 삼아 즐긴 것은 4년 정도 되어간다.
한국에서도 양양, 제주도, 부산 등에서 서핑을 즐길 수 있지만 지형 특성상 겨울에 타기 좋은 파도가 들어온다.
물론 여름에도 서핑을 즐길 수 있지만, 그 파도의 높이나 힘이 아쉽고 항상 매주 좋은 파도가 들어오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
일본에서 서핑을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일본에서 살아본 사람이거나, 서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르는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서핑이라는 스포츠를 즐긴 나라이다.
그에 맞춰서 서핑 문화, 서핑 보드를 만드는 사람인 쉐이퍼, 서핑과 관련된 제품군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고,
서핑을 즐기는 서퍼가 꾀나 많다.
이번 가마쿠라 여행을 준비하면서, 일본에서 즐기는 서핑에 대한 설렘이 컸다.
가마쿠라 서핑 샵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어서, 검색엔진을 찾고 찾아 어렵게 한 곳을 찾아내었다.
일본말을 잘하는 지인을 통해 전화로 서핑 렌털 가능 여부와 가격 등을 알아보고, 위치를 저장해두었다.
가마쿠라에서의 둘째 날, 쇼난 해변에 있는 서핑 샵에 도착했다.
검색으로 보았던 서핑 샵의 모습은 자유롭고 막 널부러 놓은 것 같던 카우치와 보드들이 쌓여있는 곳이었는데, 약 3~4년 전의 게시글이라서 그런지 더 세련된 리모델링으로 갖춘 멋진 서핑 샵을 만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서핑샵의 주인인 서퍼 '아라상'
영어가 조금 서툰 그는 나에게 잠깐만 기다려달라고 하길래, 그 이유를 물었더니
오기 전 걸었던 예약전화를 통해서 한국 사람이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서핑을 하시는 한국분이 있어서 나에게 서핑샵과 바다를 가는 방법 등을 한국말로 설명해주시기 위해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조금 더 수월한 탈의실 소개와 보드 안내, 그리고 바다 위치를 파악하여
드디어 슈트를 갖춰 입고, 바다로 나가보았다.
전날 가마쿠라 고교 건너편으로 보이는 바다와 서퍼들을 보며 설레감이 고조되어 있었는데,
하필 오늘은 파도 차트가 낮아, 살랑이는 바다를 마주하였다.
서핑의 재밌는 묘미는, 파도가 오기 전 바다 위에서 파도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언제 올지 모르는 파도를 기다리며 동지애를 느끼는 재미가 있다.
이 날 만큼은, 높은 파도가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낮게 오는 파도를 몇 번 타다 보니 시간이 훌쩍 2시간이 지나 있었고, 다시 서핑 샵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었다.
서핑샵을 소개해주시던 한국인 분과 10명이 넘는 서퍼들이 모여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곳에 녹아들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서핑을 시작했는지' '오늘 가마쿠라의 파도는 어땠는지' '다른 나라 어디에서 서핑을 해보았는지'
'가마쿠라 여행은 왜 오게 됐는지?"
하필 이렇게 파도가 없는 날 온 것을 아쉬워하며 각자 서핑과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이 날은 일요일이었다. 일본 서퍼들의 대부분은 도쿄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주말엔 서핑을 즐기고,
이 곳에 모여 맥주를 마시는 낙을 즐기는 것이었다.
헐렁한 수영복 바지와 죠리를 신고, 큰 반팔티를 걸쳐 입은 타카상은 평일이 되면 슈트를 입는 샐러리맨으로 돌아간다며, 지금의 모습과 정말 다르다는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믿을 수 없다고 서로를 놀려댔다.
그중에는 가마쿠라의 삶과 서핑을 편하게 즐기고자, 가마쿠라로 이사를 와서 지내는 서퍼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일과 삶의 밸런스를 만들어 내기 위한 선택인 것이다.
한국에는 20~30대 서퍼가 많다. 서핑이 유행하면서 한번씩 즐기는 레저라는 인식도 있기에 아직은 젊은 층이 더 즐기러 오는 것 같다. 물론 오래 타신 토박이 서퍼들도 있지만 말이다.
이 날, 이 곳에서 만난 일본인 서퍼들은 30~40대가 반 이상 그리고 나와 같은 20대 또래가 2명이었다.
낯선 여행지에서 서핑이라는 취미 하나로 모인 사람들, 맥주를 마시며 나누는 담소
아마 그들도 다른 날과 다르게 한국에서부터 이 곳에 서핑을 하러 온 나란 존재 덕분에,
내일이 월요일이란 사실이 슬프다면서도 쉽게 발을 떼지 못하며 신나게 춤을 추고 이야기를 나눈 게 아녔을까.
그들과 헤어지기 전에 아쉬움에 찍은 사진들.
일본사람으로 현지화됐다는 얘기를 들은 사진 한 장,
그 사진엔 고작 하루지만 우리가 먹고 마시며 나눈 시간들이 행복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이 기억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