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인 듯 호스트 아닌 일본인 할아버지와의 만남
공항에서 1시간이면 가는 도쿄를 지나 오후나 역에 도착했다.
작은 모노레일을 갈아타고 이틀을 머물게 될 가마쿠라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쇼난 에노시마’ 역을 향해서 갔다.
공항에서부터 3시간의 달림 끝에, 가마쿠라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나무로 만들어진 작고 조그마한 카운터 앞에 스탭 '히로키'가 반갑게 맞이 해주었다. 간단한 체크인을 하고 집을 둘러보기 위해 들어섰다.
가마쿠라에서 머물 곳을 찾으면서, 내 눈을 확 사로잡은 사진이 있었다.
이로리에서 생선을 구워 먹고, 화로 곁에 옹기종기 모여 미소 짓고 있던 게스트들의 사진 한 장.
전형적인 일본 느낌을 느낄 수 있는 집 구조의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하였다.
<호스트인 듯 호스트 아닌 일본인 할아버지>
기대하던 이로리(일본식 화로)를 보기 위해 거실에 들어선 순간, 50대로 보이는 일본인 2명이 한낮의 사케 한잔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내게 물었다.
"Where are you from?"
“I’m from Korea”
“한국 사람이세요?”
“네!? 한국 사람이세요!?!!?”
“아니요, 일본 사람이에요~~! “
아니, 일본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지만 그래도 시골이었기에, 가기 전부터 일본어 한마디 못하기에 소통의 걱정을 안고 갔었는데, 이게 웬걸! 첫날부터 만난 게스트가 한국말을 아주 잘하는 일본 사람이라니!
알고 보니, 60대의 일본 할아버지는 한국을 자주 왕래하는 일을 한 덕분에 한국을 왕래한 지 100번이 될 것이라고, 그래서 한국말을 아주 잘한다며, 한국말을 건네 왔다.
간단히 짐을 풀고 내려왔는데, 함께 사케를 마시자고 권유해왔다. 하지만 가마쿠라에서 보고 싶었던 것이 많았기에, 일찍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밖으로 떠났다.
가마쿠라 고교를 방문하고, 가고 싶었던 카페를 방문하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니 벌써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시간이 애매한 터라 저녁을 먹지 못하고 돌아온 참 이였다. 집에 들어서자 사케를 마시던 할아버지가 앞치마를 메고 게스트들과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저녁을 먹었냐 묻기에, 먹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하니 간단한 반찬거리와 국 그리고 밥을 준비해주었다.
밥을 먹으면서, 다른 친구들에게 나를 소개해주었다. 한국에서 온 친구가 이 친구라며,
일본어를 한 마디도 못했지만, 그의 탁월한 한국어 실력 덕분에 다른 게스트와 나 사이에 통역 역할을 해주었다.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20대 여자 대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한국어의 높임말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자 했는데, 놀랍게도 ‘높임말’ ‘낮춤말’까지 아는 할아버지의 언어 능력에 놀라고 말았다. 그의 통역 덕분에 나를 제외하고 모두 일본인들 밖에 없었던 그곳에서 걱정 없는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일본 친구들에게도 그는 영락없는 푸근한 할아버지였다. 뒷정리를 하며 잠들기 전 그는 내일 아침으로 먹고 싶은 메뉴를 물었고, 신난 일본 친구들은 팬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말을 했고, 그는 흔쾌히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이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인 줄 알았다. 저녁식사 준비며, 다음 날 아침 먹을거리까지 준비해주었기에.
아침에 팬케이크를 먹고, 11시 체크아웃 시간이 되어 다들 체크아웃 준비를 마치고 짐을 내려놓는데,
할아버지들이 작은 캐리어를 들고 내려왔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처럼 보였던 그들 역시 주말여행을 온 여행자였던 것이다.
'도쿄'와 다르게 조용한 도시 ‘가마쿠라’로 여행 온 여행자.
어쩌면, 도쿄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게 아닌가 싶은 음식 실력과 준비해온 회, 사케, 그리고 팬케이크까지.
그들은 단지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게 될 여행자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먹을 음식을 준비한 것이다.
맛있게 요리한 음식, 그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 그 속에 오고 가는 대화.
그 어떤 가르침의 말없이, 그저 그 시간을 즐기는 것
그것이, 그들이 가마쿠라에서의 하루를 보내는 여행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