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마을 다이어리 영화의 감성처럼 담담하고 조용한 도시에서의 짧은 기록
“나 도쿄 갔다 올 거야”
“누구랑? 또 혼자 가게?”
“당연하지! “
“이번엔 어디로 가는데?”
“가마쿠라!”
“그게 어디야?”
“도쿄에서 좀 떨어진 조용한 마을 있어, 그 슬램덩크에 나오는 데 있잖아”
“거긴 왜 가는데?”
“그냥, 바쁘지 않고 조용한 곳에서 쉬고 싶어! 서핑할 수 있는 바다도 있고, 이번엔 조용한 데 가서 쉬다 올래!”
표면적인 이유는 그랬다
높은 빌딩이 빽빽하게 둘러 쌓인 곳, 가야 할 목적지가 있기에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 찬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이유를 둘러댔다
사실 가마쿠라를 여행 가기로 결정했던 그때의 난 사람들 속에서 치이는 삶에 조금은 지쳐가고 있었다
언제나 액티브하고 볼거리를 찾아다니는 여행을 떠났지만, 이번엔 처음으로 조용하게 흘러가는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어쩌면 반복적인 일상일 수도,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도 설렘을 주지 못하던 마음 때문이었을까
매일 부딪히는 사람들과의 만나며 반복되는 삶을 사는 내 모습에 나라는 사람의 존재 이유를 잃고 있었던 것이다
상처를 받고 싶지 않지만, 상처를 받게 되는 것
상처를 주고 싶지 않지만, 상처를 주게 되는 것
그러한 일상의 연속.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어딘가에 숨고 싶었다.
가마쿠라라는 처음 들어보는 도시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보게 된 사진 한 장.
초록색으로 칠해진 오래되고 작은 기차가 마을 한가운데에 놓인 철길을 누빈다.
창문을 열면 기차 안에 타고 있는 사람과 집주인이 마주 보며 인사를 나눌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를 지나다닌다.
도쿄에서 한 시간 남짓 떨어져 있지만, 도쿄라는 도시처럼 바쁨을 찾아볼 수 없는 곳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오래된 기차, 서핑 보드를 옆에 매달고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자전거,
에메랄드빛 바다, 설레는 눈으로 카메라를 매고 걸어가는 여행자와 현지인이 어우러지는 곳이다.
여행을 떠나면 생각보다 아름답지 않은 여행지를 발견하거나, 불친절한 현지인을 만나거나 혹은 날씨가 안 따라주거나 언제나 예상할 수 없는 일들 투성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날씨, 여행 장소, 사람들 이 세 가지가 어느 하나 빠질 수 없을 만큼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가마쿠라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다시 되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