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on : 오빠, 브런치에 글 써야 하는데 잘 안 써져. 매주 1개씩 쓰려고 했는데, 생각은 많은데 글로 잘 정리가 안돼. 꼭 초등학교 때 미뤄둔 일기 같은 그런 느낌이야.
hoon : 그럴 때도 있지 뭐. 그럴 땐 안 쓰면 되지.
yoon : 아니 내가 매주 1개씩 쓰기로 정했다니까?
hoon : 잘 써질 때 2~3개씩 쓰면 되지. 당장 안 한다고 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를 너무 괴롭히지 마. 숙제처럼 안 써도 되고, 잘 쓰려고 할 필요도 없어.
* 남편과의 대화 2
yoon : 오빠. 어젯밤에 잠이 안 와서 밤샜어. 요 며칠 잠이 잘 안 와. 일부러 몸을 막 피곤하게 만드는데도 그래. 미간 사이 근육도 저절로 움직이고 찌릿거려. 이상해.
hoon : 요즘 스트레스받는 것 있나?
yoon : 5월은 마음이 전반적으로 불편하고 불안했던 것 같아. 3~4월은 분명히 차곡차곡 나아지는 느낌이었거든. 좋아하는 책도 쌓아놓고 읽고, 강의도 듣고, 산책도 하고, 못 보던 친구들도 종종 만나고. 그동안 못 쉬었던 몸과 마음도 푹 쉬어주는 느낌이 진짜 들어서 스스로도 안정적이라고 느꼈거든. 그런데 이번 달은 또 예전의 나의 습관이나 생각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어서 불안했어.
hoon : 왜 무슨 생각? 어떤 생각?
yoon : 최근에 가까운 예로.. 아니- 아직 아기도 안 가졌는데, 출산하는 상상만으로도 너무 두려운 거야. 우연히 그 장면들을 책과 영상으로 보게 됐는데 그 공포와 두려움에 내가 사로 잡혀버렸어. 그래서 이미 만삭 임산부라도 된 것처럼 블로그나 게시글을 다 찾아보면서 혼자 괴롭히고 추측하고 막 그러면서 신체반응도 와. 근데 나 진짜 안 그러고 싶은데, 씩씩하게 용기 내서 잘하고 싶은데 생각이 끊어지지를 않아. 이렇게 편안한 상황에서도 또 나를 괴롭히는구나 하면서 잘 쌓아놓은 마음까지도 다시 무너지는 느낌이 들고 막 그래.
hoon : 아직 너무 먼 미래인데, 반대로 그 아기가 너에게 용기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근데 이번 말고도 이런 적 몇 번 있었잖아.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습관. 물론 10~20대 때 너의 상황 상 불안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점도 인정하지만, 스스로 그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순간들도 많았다고 난 생각하거든. 30대가 되면서 결혼하고 큰 탈 없이 잘 지내고 있고, 심리상담도 열심히 받았고, 이뤄 낸 것들도 누구보다 많아. 남들과 비교해서 자만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해야 해. 나 자신보다 소중한 건 없어. 한 번에 바뀌기는 당연히 어렵겠지. 그렇지만 불안이나 자기 연민에 갇혀있지는 마. 시간이 너무 아깝잖아.
hoon : 스스로에게 지지 마십시오. 나약해지지 마십시오 yoon님.
다 알아도, 그렇게 살아가겠다고 마음먹어도, 잘 되다 안 되다의 반복이지만. 부족하고 철없는 나를 늘 응원하고 지지하는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