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보이는 겨울 풍경은 유난히 공허하다. 화려했던 잎들을 모두 떨궈내고 앙상하게 남은 나뭇가지들은, 마치 속을 다 비워낸 내 마음의 풍경과도 닮아 있다. 시린 공기가 코끝을 스칠 때면, 가끔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그리움의 조각들이 날카롭게 내 가슴을 찌른다.
그리움은 항상 거창한 모습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불현듯 떠오르는 소소한 단어들, 예쁜 목소리, 혹은 공허한 하늘 색깔이나, 커피 향 혹은 이름 모를 꽃향기라든지, 아니면 기억에 남은 어느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것들, 그런 아주 작은 파편들이 가슴 한구석을 헤집어 놓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가만히 응시하곤 한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난 아직도 텅 빈 가슴을 끌어안고 겨울을 지내고 있다. 여전히 가슴이 시리고, 아프고, 그립고 하는 것은 내게 그만큼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을 품고 있다는 의미라 생각한다.
내게 그리움은 나를 구성하는 본질이다.
떼어놓고 정의할 수 없는 그런 본질.
내가 담고 있는 그리움은 왜 이리 처절하고 서글프고, 미련한지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의 기억만으로도 난 오늘을 산다.
그래서 난 어느 순간부터, 가슴 아픈 이 그리움의 파편들을 억지로 뽑아내려고 애쓰지 않기로 했다. 구름이 흘러가는 것처럼, 나 또한 살아가는 것이다. 그 말은 자유롭게 산다는 말이 아니라, 순리에 맡기겠다는 뜻이다.
어제는 모처럼 동네 한 바퀴를 뛰었다. 차가운 공기를 내 폐부에 가득 밀어 넣고 숨이 차오를 때까지 뛰었다. 찬바람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동시에 코끝엔 콧물도 맴돌지만 후련한 마음에 크게 웃었다.
운이 참 좋은 사람이야.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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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널 만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