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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단 Apr 12. 2024

캐나다 밴쿠버의 노인들은 어디에서 살고 있나요

밴쿠버 노인들의 주거 형태와 요양보호사의 역할


저는 캐나다 밴쿠버의  Assisted Living Facility에서 요양보호사(HCA)로 12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는 밴쿠버에서 요양보호사가 되는 방법에 대해 정리해 드렸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밴쿠버의 노인주거형태에 대해 간략하게 알려드리려고 해요.





일주일에 한두 번의 도움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home support 서비스를 받으면서 각자의 집에서 삽니다. 그러다가 매일 간단한 도움이 필요한 상태가 되면 사회복지사의 진단을 통해 assisted living 기관에 입주하실 수 있고요. 그렇게 간단한 도움으로 살아가시다가 병세가 악화가 되어 더 많은 케어가 필요한 상태가 되면 역시 사회복지사(Case Manager)가 상태를 평가한 후 long term care로 옮겨드립니다. 여생을 보내는 장소가 long term care가 되는 노인분들이 많다고 봐야겠지요.

그리고 어느 곳에 살고 계시든지 상관없이 건강이 악화되어 더 이상 생존할 가망성이 없는 분들은 호스피스 병동이나 Palliative care 병동에서 삶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그럼 각각의 기관에서 요양보호사가 하는 일에 대해 간단히 적어보겠습니다.


Assisted living Facility는 일상생활에서 한두 가지 정기적인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이 입주한 노인 전용 아파트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얼마 전 만해도 약 복용, 샤워, 압박스타킹 착용 등등에서 두 가지 이상의 도움이 필요하면 assisted living에서 살 수 있는 자격이 안되었습니다. 한 단계 위인 long term care를 가셔야 했지요. 그런데 이제 도움이 필요한 개수의 제한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그 대신 home support worker를 배정해서 기관에서 받지 못하는 서비스를 별도 제공하도록 합니다.


여기서 일하는 HCA는 시간에 맞춰 약을 챙겨 드리는 것이 주된 일이고 그 밖에 샤워나 아침저녁 옷 입고 벗는 일을 돕거나 압박스타킹을 신겨 드리는 등의 일상사를 도와드립니다. 일의 강도는 long term care에 비해 확실히 낮습니다. 그러니까 임금이 조금 낮아도 이해가 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long term care에 비해 사무적인 일처리가 많습니다. 거주민들의 불평이나 사고가 있을 때마다 보고서를 써야 하고 늘 응급 상황에 긴장하고 있어야 합니다. 병원에 가야 할 상태이면 엠블란스도 불러야 하고 병원으로 이송 후에는 가족에게 전화로 알려 주어야 하고, 매니저에게 전화도 하고 이메일도 보내야 합니다.



Long term care(또는 nursing home)은 대부분이 치매 환자이고, 두 사람이 돌봐야 하는 분, 움직일 수 없어 리프트 머신(ceiling lift, portable lift)이 필요한 분, 걸을 수는 있으나 초기 치매단계를 지난 분 등 일상생활에서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가시는 곳입니다. 한국의 요양병원이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Assisted Living Facility(노인 아파트)에서 치매가 심해지거나 몸 상태가 혼자 거동이 어렵게 된 분들이 long term care로 옮겨질 때면 마음이 아픕니다. 기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long term care로 가신 후 잘 적응하실 까 라는 걱정도 되고 그동안 정든 분과의 이별이 슬퍼서입니다.


이곳에서 HCA가 하는 일은 목욕시켜 드리기, 화장실 모셔 가기나 기저귀 갈기가 주된 것이고요, 식사하시는데 도움주기, 머리 빗겨드리기, 옷 갈아입혀 드리기 등 전반적인 일상생활을 돕는 것입니다.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약을 드리고 응급상황을 처리하는 것은 LPN 또는 RN의 역할입니다.


long term care에서 실습을 하는 첫날 대부분의 학생들이 충격적인 장면에 접하게 됩니다. 말로만 듣던 기. 저. 귀. 처. 리. 네, 비위가 약하신 분은 하기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Assisted Living Facility에서도 배변 처리하는 일은 자주 하게 되니까 기본적으로 이 부분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요양보호사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Long term care 일의 강도가 세니까 시급은 세 군데(Home support, Assisted Living Facility, Long Term Care) 중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long term care도 에이전시를 통해 취업을 하게 되는 경우는 임금이 낮습니다. 그리고 사립 Facility와 퍼블릭 Facility에서 받는 시급에도 차이가 납니다.



Home support worker는 개인의 집으로 가서 도와드리는 일을 하는 사람인데요, 회사(에이전시)에 취업을 하면 그곳에서 보내는 곳에 가서 에이전시에서 알려주는 일을 합니다. 식사 준비, 샤워 돕기, 약 챙기기, 간단한 청소, 산책 등 주로 일상생활을 하시는데 필요한 일들입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assisted living facility에도 HSW가 오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Case Manager가 평가하여 assisted living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보다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일주일에 두세 번 home support worker를 보내 드립니다.


Wage는 회사마다 조금 다르고 일의 강도는 세지 않다고 하는데 경력이 높아질수록 조금 어려운 케이스를 맡긴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911에 전화를 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기기도 한다고 하네요. 이후 일처리는 assisted living에서 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저는 home support worker 경험은 없습니다.



 

이상으로 캐나다 밴쿠버의 노인 주거 형태를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 그리고 각각의 주거지에서 요양보호사가 어떤 일을 주로 하게 되는지에 대해 적어보았습니다.


정부의 정책이 수시로 바뀌고 헬스케어 시스템에도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추후에 업그레이드가 필요할 때마다 다른 글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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