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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이 소중했다

4/22 ~ 5/5 한국 방문

by 향단

시어머니 90세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을 다녀왔어요. 어쩌면 시부모님과 함께 보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매 순간순간이 소중하고 눈물겨웠습니다. 기대보다 훨씬 건강하신 두 분의 모습도 감사했고, 아들보다 며느리를 더 편안해 하시는 시어머니의 말과 행동도 사랑스러웠고, 우리가 준비한 모든 이벤트에 흡족해하시는 표정과 표현에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한국을 그냥 방문하기에도 좀 부족한 2주라는 기간 동안 두 분이 원하시는 것들을 다 해드리면서 어머니의 특별한 생일을 챙겨 드리고 남편의 고딩때 친구들과 부부 동반으로 1박 여행까지 다녀와야 하니 2주 동안 매일 해야 할 미션들이 있었어요. 게다가 날씨까지 서늘해서 방문 기간 막바지에는 결국 코감기에 걸리고 말았네요. 정말 오랜만에 감기라는 놈이 제 몸 안에 찾아온 거죠. (전 감기에 잘 안 걸려요, 몇 년 전에 감기에 걸렸었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건강한 내 몸에 감사 ^^)


몸은 바빴지만 아쉬움 없이 다 해드릴 수 있어 마음은 편안했던 2주를 보내고 평소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 어머니도 결국은 울음을 터뜨리시고 아버님도 나도 당연히(둘 다 눈물쟁이^^) 눈물로 이별 인사를 하면서 '타다'에서 온 밴에 올랐어요. 2주 내내 이 시간, 이 장면, 이 마음을 예상하고 마음을 다졌지만 진짜 이별 앞에서는 연습이 소용없더군요. 어쩌면 살아서 뵙는 마지막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온갖 마음이 올라오면서 먹먹했습니다.


이민자 자식으로서, 이민자 자식을 둔 부모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가까이에서 모시지 못하는 죄책감'과 '생이별의 슬픔'을 디폴트로 품는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고 또 봐도 이쁜 3대 독자 아들과 20년이 넘도록 멀리 떨어져 지내는 그 아픔을 감내하시면서도 '너희가 이민 가기를 잘 했다'라고 말씀해 주시는 시부모님께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덕분에 손주들도 잘 성장했고 저희 부부도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예쁘게 사는 모습으로 부모님의 크신 은혜 보답하겠습니다.


한국에서 찍은 사진들을 대략 순서대로 올렸습니다. 이벤트별 자세한 일기는 차츰 기록할 예정이에요.


밴쿠버를 떠날 때 공항 안에는 벚꽃 장식이 이쁘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한국에 도착해서 공항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딸램이 주었던 두 가지 미션을 다 마쳤습니다.

롯데리아 '새우버거'와 편의점 '연세우유 우유생크림빵' 먹기. 딸램이 결혼 전에 양쪽 어른들께 인사차 한국에 들어왔을 때 미처 해보지 못해서 아쉬웠던 것 두 가지랍니다. 카톡으로 이 사진을 보내니까 '미션 끝냈으니 밴쿠버로 돌아오라'고 딸램이 댓톡을 보내와서 웃었네요 ^^


한국 도착 이틀후 남편과 함께 종합검진을 받았습니다. 2년 전에 용종 3개를 뗀 남편, 이번에도 용종 한 개를 제거했네요 ㅠ


시어머니가 원하셔서 90번째 생신 파티는 3박 4일 온천 여행으로 대신했습니다. 남편이 챗지피티를 이용해서 3박 4일 여행 일정을 잡았는데 먹거리도 행선지도 모두 성공했어요.


여행 둘째 날, 백담사, 부처님 오신 날을 준비 중인 절에 예쁜 등이 가득 달려있었습니다.


속초 바다에 정자가 있었는데요, 우리가 갔을 때 보수 작업을 위해 입구를 막았더라고요. 아쉽게도 멀리서 바라만 보고 왔어요.


여행 3일째는 강릉에서 초당 순두부로 아침을 먹고 강문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오후에 속초로 돌아와서 적산 온천을 갔어요. 이번 여행 중에 두 번째로 간 온천이었지요.


여행 둘째, 셋째 날에는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시는 '시장 나들이'를 하기 위해 '속초관광수산시장'을 다녀왔는데 어머니와 팔짱을 끼고 걷느라 사진을 찍은 것이 한 장도 없네요. 시장만 가면 날아다니시는(^^) 어머니를 보호하느라 사진 찍을 생각을 1도 못했어요. 셋째 날에는 오전 오후 두 번이나 다녀왔었는데 말이지요 ^^ 사람도 많고 차도 많은 시장으로 여러 번 운전해 가느라 남편이 수고 많았어요. 긴장은 되는데 짜증은 못 내고,,, ㅋ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 속초 휴휴암에 들렀네요.

백담사에 이어 휴휴암까지, 여행 중에 두 번이나 절에 들르니 불심 깊으신 어머니가 정말 좋아하셨어요. 그리곤 저에게 '네가 대보살이다'라는 격찬까지 하셨지요 ^^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걷는 남편(밴쿠버에서는 집돌이ㅠ)을 보니 마음이 훈훈했어요. 참 보기가 좋았습니다.

시부모님과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밴쿠버로 돌아오기 직전에 남편의 고등학교 동창들과 춘천에서 1박으로 부부 동반 모임을 가졌습니다. 남편만 친구들을 만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함께 왔으니 부부동반으로 만나자고 남편 친구 중 한 명이 제안을 해서 갑자기 떠나게 된 여행이었습니다. 남편은 지난번 한국 방문 때 친구들을 만났지만 저는 아들 돌잔치에서 본 것이 마지막이니 거의 20여 년 만에 보는 그들인데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더라고요. 어릴 때 만난 친구들이어서 일까요? (일찍 결혼한 우리 집에 많이 놀러 온 친구들이죠) 아니면 남편의 친구들과 그의 아내들이어서 일까요? 암튼 어제 만난 사이처럼 친근한 마음으로 1박 동안 즐거운 시간 보내고 왔습니다.


멀리서 왔다고 이것저것 잘 챙겨주는 친구분들께 감사한 마음 가득 담아왔고요, 이 마음을 그분들이 밴쿠버에 오면 그대로 풀어서 갚아 드릴 거예요. 남편에게 오래 묵은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고 기쁩니다.


밴쿠버로 오기 전날 작은형님네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은 후 가족사진을 찍는 장면이에요. 프로페셔널 영상 감독으로 일하고 있는 시조카 부부가 우리들에게 어떤 포즈를 할지 알려주고 있어요. 손가락 하트를 잘 못 만드시는 시부모님 덕분에 참 많이 웃었습니다.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을 선물한 조카 부부가 고맙네요.


네, 돌아보면 감사하지 않은 때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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