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매니저(이하 PM)에 대해 공부를 하다 보니 하나 절실히 느끼는 것이 있다.
PM은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는 점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일을 해야 하는 것이 PM이라는 직무였다.
하지만 어떻게 완벽한 사람이 있을까.
완벽하게 모든 방면에서 잘하는 사람은 없을뿐더러 PM은 혼자가 아닌 '함께' 일하며 보다 좋은 것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그들의 목소리에 경청하는 것이 PM이 갖춰야 할 중요한 태도 중 하나라 생각한다.
이것의 연장선상으로 실무에서 PM에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설문조사와 인터뷰'다.
누군가의 생각과 의견을 보다 더 정확하고 자세하게 들을 수 있을 때,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이러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PM의 역할이며, 그 과정에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잘 설계하고 진행해야 한다. 거기서 유의미한 결론을 낼 수 있느냐가 PM이 자질을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라 본다.
모든 것이 다 그렇겠지만 PM이 하는 업무는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100%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다.
이에 직접 발견해 보고 싶은 문제 상황에 대해 직접 인터뷰 설계를 하고, 지인을 통해 실제 인터뷰까지 진행해 보았다.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설계한 과정들부터 실제 들은 답변까지 순차적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우선 인터뷰 문항을 만들기 전 어떤 목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인터뷰를 실시하게 된 배경부터 인터뷰이(Interviewee) 설정까지 인터뷰의 뼈대를 잡아 나갔다.
# 조사 배경
- 유료 OTT 서비스 이용자 증가와 곧 국내에 상륙할 예정인 '디즈니 플러스'로 인해 OTT 시장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 생각함
- 적막한 집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유료 OTT 서비스를 TV나 라디오 대신 이용하는 주변 사람들을 발견함
# 조사 목적
- OTT 서비스 사용자의 JTBD를 파악함으로써 현재 OTT의 한계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예측해 보기 위함
# 가설 설정
A. OTT 서비스 주 이용 목적은 OTT 콘텐츠 시청이 아닐 수 있다.
B. OTT 서비스의 진짜 대체재는 유사 타 경쟁 OTT 서비스가 아닐 수 있다.
# 페르소나 설정
- OTT 서비스 이용이 가장 많은 20~30대 직장인
[실제 Interviewee]
나이 : 26세
성별 : 여
직업 : 직장인(회계) / 3년 차
거주지 : 서울 강서구
인터뷰 진행에 앞서 위에서 잡은 방향에 맞게 질문 항목을 구성하였다.
실제 인터뷰를 위해 작성한 내용과 진행하며 들은 답을 최대한 반영하여 작성한 내용이다.
안녕하세요. 본 인터뷰는 프로덕트 매니저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터뷰는 최대 30분 정도 소요될 예정이라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배경을 설명드리자면 최근 국내에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등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을 바라보며 시작되었습니다. 이에 OTT 이용 현 실태를 알아보며 OTT 서비스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전망을 예측해보고자 인터뷰를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OTT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부분을 최대한 솔직하게 답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혹시 답이 어려운 부분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실제로 이번 인터뷰는 지인과 진행되었던 만큼 위 문장 그대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Welcome 부분에서 이야기한 부분은 인터뷰의 배경과 목적이었다. 배경과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은 인터뷰를 잘 끌고 갈 수 있는 첫 단추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더불어 '최대한 솔직하게 답하되, 질문에 답하기 어려울 땐 편하게 이야기해달라'는 요청으로 인터뷰이에게 필요한 자세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자 했다.
Q1. 현재 혼자 거주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다른 가족이나 동거인과 함께 살고 계신가요?
A1. 현재 독립하여 혼자 살고 있어요.
Q2. 현재 직장 위치는 어떻게 되시나요?
A2. 서울 당산 쪽입니다.
Q3. 출퇴근할 때 이용하시는 교통수단은 무엇이고, 시간은 얼마나 소요되나요?
A3. 지하철로 이동하고 약 30분 정도 걸립니다.
<STEP 01. 인터뷰 방향 잡기>의 페르소나 부분에서 실제 인터뷰이 인적사항을 기재하였기 때문에 여기서는 그 외의 것에 대한 질문과 답을 작성하였다.
개인적으로 질문을 구성할 때 '기본 인적사항' 질문도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지금은 1명에 대해서만 인터뷰를 진행하지만 본 인터뷰 내용의 데이터가 조금 축적된다면, 추후 큰 모수의 설문조사를 설계할 때 설계 방향과 가설 설정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 위에서 OTT 서비스에 대해 설정한 가설이 이번 인터뷰를 통해 증명되지 못해도 인적사항을 통해 결과들을 연관 지어 유의미한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 본다.
그리고 실제 인적사항 질문을 작성해 보니 초반에 너무 많은 질문을 하는 것도 지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후 '핵심 질문'을 진행하게 될 때 인터뷰이(Interviewee)가 초반에 진행한 질문을 기억하여 인터뷰어(Interviewer)가 원하는 대답만을 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1) 자주 이용하는 OTT 서비스 파악
Q4. 현재 자주 이용하는 유료 OTT 서비스는 어떤 것들이 있으신가요?
A4. 현재는 넷플릭스만 보고 있습니다.
2) 이용 시간과 장소 파악
Q5. 출퇴근 시간에 OTT 서비스를 얼마나 이용하고 계신가요?
A5. 출퇴근 시간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Q6. 주로 OTT 서비스를 이용하시는 때는 언제인가요? 생각나시는 대로 말씀해주세요.
A6. 주로 퇴근 후에 자기 전까지 이용하거나 주말에 이용합니다.
Q7. OTT 서비스를 이용하실 평균 이용 시간은 어느 정도 되시나요?
A7. 1시간 정도인 것 같습니다.
Q8. 그럼 주로 시청하시는 장소는 어디신가요?
A8. 거의 집에서 혼자 있을 때 이용합니다.
3) 이용 방식 파악
Q9. 무엇을 통해 OTT 서비스 콘텐츠를 시청하시나요? 핸드폰, 노트북 또는 기타 다른 것 등
A9. 핸드폰으로만 거의 시청합니다.
Q10. 그러면 핸드폰으로 OTT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에 주로 이용하시는 서비스나 어플이 있나요?
A10. SNS나 유튜브를 먼저 시청합니다. 그러다 볼 것이 없으면 넷플릭스를 이용하게 됩니다.
Q11. OTT 서비스들은 주로 푸시 알림이나 추천 콘텐츠 안내 메일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능들을 통해 OTT 서비스 콘텐츠를 시청하게 된 경험이 있으신가요?
A11. 광고는 아예 보지 않는 편이라 알림 설정도 비활성화하고 메일도 보지 않아요.
Q12. 주로 OTT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 이미 시청하길 원하는 특정한 콘텐츠가 있으신가요?
A12. 보고자 하는 콘텐츠는 항상 없고 어떤 콘텐츠들이 있는지 먼저 확인한 후 시청을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Q13. 그렇다면 OTT 서비스를 통해 가장 최근에 본 프로그램 콘텐츠 명은 무엇인가요?
A13. 드라마 <D.P.>였어요.
Q14. 해당 콘텐츠는 현재 모두 시청하셨나요?
A14. 현재는 6편 다 봤습니다.
Q15. 한 편을 볼 때 한 번에 끝까지 보았나요? 아님 나눠서 시청하셨나요?
A15. 보기 시작하면 그 회차는 한 번에 다 보려 했습니다.
4) 불편사항 파악
Q16. 쉴 때 보통 OTT 서비스 사용 외 주로 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A16. E-book을 보거나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합니다.
(이 3개 중에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인스타그램을 가장 많이 이용하고 두 번째로 유튜브를 자주 사용한다. 그리고 넷플릭스, E-book 순으로 한다.
Q17. OTT 서비스 대신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더 자주 사용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17. 짧게 짧게 볼 수 있는 콘텐츠들이 많아서 출퇴근을 할 때나 쉴 때 자주 보게 됩니다.
Q18. 이용 중이신 OTT 서비스를 유료로 사용하고 계신데 비용이 적당하다 생각하시나요?
A18. 비용은 적당하고 불만은 없어요.
(결제하고 계신 비용과 주기는 어떻게 되나요?)
1달에 14,500원씩 결제하고 있다.
Q19. 만약 이용 중이신 OTT 서비스가 전반적으로 개선을 한다고 하면 어떤 것이 개선되길 바라나요?
A19. 현재 큰 불만이 없고 바뀌면 또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 싫어서 생각나는 것이 없는 것 같아요.
Q20. 그러면 현재의 기능과 디자인 모두 다 그대로인데 새롭게 서비스나 기능을 추가만 한다면 어떤 것이 추가가 되길 바라나요?
A20. 콘텐츠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많은 것처럼 보여도 생각보다 볼 만한 것이 없어요.
Q21. 위 내용을 토대로 OTT 서비스(넷플릭스) 이용에 있어 인터뷰이님이 느끼는 불편 사항을 한 번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크게 '콘텐츠 다양성 부족'과 '시공간 제약이 있는 긴 스트리밍 시간의 콘텐츠'인 것 같습니다. 이 2가지가 맞는지와 추가적으로 불편 사항이 더 있을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만약 위 내용이 맞다면 더 빠르게 해결되길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A21. 요약해주신 2가지가 맞습니다. 둘 중에 더 빠르게 개선되길 원하는 건 '콘텐츠 수'입니다. 볼 것이 없기 때문에 넷플릭스를 보려 하다가 안 보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Q22.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가장 처음 사용해 본 유료 OTT 서비스인가요?
A22. 아닙니다. 처음 사용한 건 웨이브입니다.
(지금도 웨이브도 함께 이용하고 계신가요?)
아니요. 지금은 넷플릭스만 이용합니다.
Q23. 처음 웨이브를 선택하신 이유와 웨이브에서 넷플릭스로 이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23. 우리나라 드라마를 보고 싶어서 OTT를 처음 사용하게 되었는데 웨이브가 넷플릭스보다 드라마 한국 드라마 콘텐츠가 많다고 하여 처음 웨이브를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한국 드라마 콘텐츠만 있다 보니까 더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도 함께 이용하고 싶어 넷플릭스로 갈아타게 되었습니다.
Q24. 그렇다면 지금 자주 이용하시는 OTT 서비스(넷플릭스)가 갑자가 사라진다면, 어떤 서비스를 대신 사용하실 것 같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24. 왓챠를 볼 것 같습니다. 왓챠가 넷플릭스와 결이 가장 비슷한 것 같고 저에게 인지도도 가장 높아서 왓챠를 대신 볼 것 같아요.
Q25. 그러면 대안재로 이용할 것 같은 OTT 서비스(왓챠)는 현재 왜 이용하지 않나요?
A25. 둘 다 결제해 사용하기가 부담스럽고, 외국에 있는 동생이 함께 이용하기에는 넷플릭스가 더 편해서 넷플릭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Q26. 만약 그 대안재 OTT 서비스(왓챠) 마저 없다면, 그 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낼 것 같나요?
A26. SNS를 할 것 같아요. 쉴 때 시간 때우기에 SNS가 가장 편하고 좋습니다.
비록 1명에게만 이루어졌지만 25~30분 정도 소요된 인터뷰 진행을 통해 여러 가지를 느끼고 알게 되었다.
그 내용을 정리하며 설정한 가설도 확인해 보고 얻은 인사이트도 기록해 보고자 한다.
처음에 내가 설정했던 2가지의 가설은 다음과 같다.
A. OTT 서비스 주 이용 목적은 콘텐츠(프로그램) 시청이 아닐 수 있다.
B. OTT 서비스의 진짜 대체재는 유사 타 경쟁 OTT 서비스가 아닐 수 있다.
오늘 인터뷰를 진행한 인터뷰이의 답변을 통해서는 위 가설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넷플릭스 이용에 큰 불만이 없었고
인터뷰이의 페인 포인트로 가장 작용하는 것은 부족한 콘텐츠 수였다.
더불어 넷플릭스의 대안재로 가장 비슷한 느낌의 OTT 서비스 '왓챠'를 이야기했다.
이러한 이유로 'A. OTT 서비스 주 이용 목적은 콘텐츠 시청이 아닐 수 있다'의 가설은 이번 인터뷰에서는 틀렸다고 볼 수 있다. 다르게 해석하면 지금 OTT 시장에서 중요시되고, 강조하고 있는 '콘텐츠의 다양성'이라는 초점이 OTT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맞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번 인터뷰가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인터뷰이는 실제 넷플릭스를 킬링타임용으로 이용하고 있었지만, 넷플릭스를 최우선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았다. SNS 인스타그램을 먼저 사용하고, 이후 유튜브를 차례대로 확인한다고 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라는 2단계의 허들을 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숏폼 콘텐츠가 많기 때문'이라 말했다.
위 내용으로만 보면 결국 넷플릭스(OTT 서비스)의 진짜 경쟁사(서비스)이자 대체재가 될 수 있는 것은 왓챠, 티빙과 같은 타 OTT 서비스가 아니다. 현재 유사한 유료 OTT 서비스들이 갖고 있지 않은 '짧은 호흡의 콘텐츠'를 유통하고 소유하고 있는 모든 소셜미디어(SNS)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양질의 콘텐츠 시청이라는 목적 이전에 '휴식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기' 위해 OTT 서비스를 더 자주 이용하는 것이라면 인터뷰이의 답변(인스타그램을 넷플릭스보다 더 많이 이용한다는)도 이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A의 가설도 다시 검증해 볼 의미가 있다 해석할 수 있다. 더불어 그렇다면 OTT 서비스의 대체재는 SNS가 될 수 있기에 B 가설에 대해서도 표본을 늘려 설문조사를 재진행해 볼 만하다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