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를 맞이하며

by 오기부기

2025년 새 해가 밝았다.

올 해 첫 날인 1월 1일, 아이와 함께 집에서 조용한 하루를 보냈다. 남편도 집에 있었지만, 전 날 나와 큰 소리를 내며 다투었던 관계로 함께 시간을 보내진 않았다. 아이는 엄마아빠가 서로 한 마디도 안 하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나름 잘 놀며 계속 웃는 모습을 보여주어 다행이었다.


작년 연말인 12월 31일, 내년 결혼 예정인 여동생 커플을 우리집에 초대하여 친정 가족모임을 했다. 사건사고가 많아 우울하고 힘든 시국이지만, 이럴때일수록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식구로 들어오실 분이 따뜻한 사람이라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는 동생에게 무한한 축복을 바라며, 지난 나의 결혼생활은 어땠는가 그 행복하고 다사다난했던 시간들도 잠시 돌이켜보았다.


남편과의 다툼은 잦지는 않지만, 한 번 터지면 상당히 안맞는다. 싸움도 논리적으로 잘 풀어나가는 커플이 있고, 웃음과 장난으로 금새 녹여버리는 커플이 있는가 하면, 우린 두 쪽 다 아니다. 서로의 논리가 다르고 그걸 대화로 풀어내기도 잘 되지 않으며, 냉전의 시간은 필연적으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번 겪어본 터라, 냉전의 시간을 얼음장같이 차갑게 보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아이와 함께 온기 없는 새해 첫 날을 보낼 수는 없었다.


몇일 간 너무 아픈 뉴스에, 개인적으로 즐거운 일도 없었고, 일은 고단히 했고, 나도 지쳐있는 상태였다. 아이와 따뜻한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평화롭게 느껴졌다. 몸은 조금 힘들었지만 정신은 맑았다. 커피 두 잔을 마셨더니 잠이 안 올 지경이었다. 커피를 들이 부어도 매일 쓰러지듯 잠들던 나였는데... 에너제틱한 아이라 평소 야외활동을 하면서 에너지를 쏟아내는 아들은 오랜만에 집콕을 하니 잠이 일찍 찾아온 모양이었다. 감사하게도 일찍 잠이 든 아이 옆에 누워 오랜만에 읽고싶었던 브런치 글들을 실컷 읽었다.



2024년 하반기 브런치 작가로 입문하여 브런치북 '김남편, 옥부인'을 연재하다가 무기한 휴재에 들어갔다. 왜냐하면, 그 책을 집필하는 동력이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욕구불만에 의해 동기부여가 된다고 믿는데, 내가 해당 브런치북을 시작했을때는, 타인에게 우리 이야기를 나누고자 함보다 내 개인적인 만족, 관계에 의한 스트레스 해소(또는 승화), 글을 쓰면서 남편과의 일들을 돌아보며 더 깊은 이해에 접근하고자 함이 목적이었다. 사심에 의해 쓰기 시작한 글이다. 읽어주셨던 독자여러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다.


연재를 하지 못하는 지금도 죄송한 상황이다. 동력이 상실되었다 함은, 위에 언급한 소기의 목적들이 어느정도 달성되었고, 우리 가정생활은 안정기에 들어가 너무 평안하게 잘 돌아가고 있었고(욕구불만 거의 제로), 더 이상 글로 나의 사심을 채울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브런치북은 나의 엄마와 아버님도 구독하고 계셔서, 정말 민감한 부분은 쓸 수 없고, 나의 진심을 토해낼 수도 없다. 어느정도 정제된 글을 써야한다는 부담이 나의 브런치 계정을 가족에게 공개하지 말걸 하는 아쉬움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글을 관심갖고 읽어주신 분들 모두께 너무 감사한 작년이었다.


글 쓰기를 접고 남의 글 읽기를 하다보니, 브런치만 해도 정말 훌륭한 작가님들이 놀라울 정도로 많다. 작가가 업인 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 부업으로 쓰시는 분들 중에도 경탄심이 들 정도로 솜씨 좋고 퀄리티 높은 글들이 많아 세상 참 넓고 잘난 사람들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기사나 블로그와는 달리, 브런치만이 가지는 매력이 있다.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은 유익하기도, 유용하기도, 공감가기도 하지만 작가들의 캐릭터를 머금고 있어 진정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준다. 확실히 다른 플랫폼과는 태생과 결이 다른 공간이다. 글 쓰는 거 읽는 거 모두 좋아하는 나는 브런치의 독보적인 매력 때문에 자꾸 이 공간을 찾게 된다.


새해에도 글 쓰기는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아직 발행되지 않은 글들이 나의 서랍에 많이 있다). 글을 쓰며 나를 성찰하고 생각을 확장한다.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다른 사람들의 글도 계속 보게 된다. 유튜브 같은 것은 이어폰을 끼고 시청할 여유가 없어, 웬만한 정보도 전부 글로 얻는다. 막간을 이용해 읽는 분야를 더 넓힐 계획이고, '김남편, 옥부인'도 여건이 되는대로 연재해 볼 계획이다. 언젠가 쓰고싶어질 날이 오리라 믿는다.



지난 29일에 발생한 참사로 가슴이 미어졌던 상태에서 쉬이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나도 비슷한 사고로 가족을 잃었기 때문에 유가족들의 심정을 감히 헤아려보게 된다. 심적 고통이 일상생활에도 묻어나 우울하고 눈물이 멈추지 않는 연말이었다. 나 역시도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기적이라 생각하기에, 아이가 있는 지금 감사함과 두려움을 안고 매일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내가 사는 오늘은 누군가가 정말 기다렸던 내일일 수 있으니, 모든 일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의 아이도 같은 마음으로 살아갈 것을 가르칠 것이다.


새해를 떠들썩하지 않게 조용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맞게 되어 다행이다. 남편과의 싸움 외에 더 큰 불화가 나타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올해는 나쁜 소식은 최대한 안들리고, 좋은 소식은 최대한 많이 들리길 소망한다. 그리고 나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남을 돕고 나의 발전을 도울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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